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영훈(43) 위원장
‘한진중 사태 해결’ 단식농성중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희망버스’ 감사·책임느껴 시작
조합원 200여명도 릴레이 동참
“대중과 함께 큰싸움 만들고파”
‘희망버스’ 감사·책임느껴 시작
조합원 200여명도 릴레이 동참
“대중과 함께 큰싸움 만들고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영훈(43·사진) 위원장의 단식이 20일로 8일째를 맞았다.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폭염 속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천막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그의 얼굴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김 위원장이 단식에 나선 것은 ‘희망버스’를 지지하기 위해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로 시작된 시민들의 ‘희망버스’가 노동문제를 넘어 불안한 사회 현실에 대한 ‘저항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고마움과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저항의 열기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하자 조합원 200여명도 릴레이 단식에 참여했다.
총연맹 대표가 한여름에 거리에서 단식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의 노동현실은 열악하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96일째 고공 농성을 하고, 야간노동 철폐를 주장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회사의 직장폐쇄로 63일째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들은 정치 후원금 문제로 무더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현대차 사내하청·재능교육을 비롯한 장기투쟁 사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밥 굶는 게 무슨 힘든 일이냐”며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숙 위원은 위원장에게도 각별한 사람이다. 지난 1994년 ‘어용노조’로 유명했던 철도노조에서 기관사들이 어렵게 총파업을 했을 때 김 위원은 그곳으로 달려와 조합원을 상대로 교육을 해줬다. 학생운동을 거쳐 당시 철도공사 기관사였던 그와 그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벌써 17년째다. “김 위원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며 “반드시 건강하게 우리 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생각이다.
노동운동은 점점 위축되고, 정부와 기업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노동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어떤 마음일까? 김 위원장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노동운동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사실 이 정권에서 ‘결정타’를 맞았을 뿐이지, 이미 노동운동은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정부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와 타임 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으로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 맞서 40대 초반의 ‘젊은 지도자’로 기대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은 “말만 하는 ‘뻥 파업’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대중과 호흡함으로써 내년 말까지 임기 안에 큰 싸움판을 만들고 싶다”며 “희망버스와 대한문 천막이 시민들과 만남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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