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1192일만에 “원청업체, 사용자임을 간접시인”
불법파견 여전히 숙제로…현대차 교섭 교착상태
불법파견 여전히 숙제로…현대차 교섭 교착상태
단식을 멈췄지만 아직 밥은 먹을 수없다. 소화기관이 45일 동안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냄새도 맡지 못한 탓이다. 단식을 중단한 지 5일째를 맞았지만 병원은 그에게 동치미 국물을 곁들인 미음만 제공했다. 지엠(GM)대우자동차 사내하청 노조를 이끌던 신현창(36) 지회장은 그렇게 설 명절을 보냈다.
신 지회장은 지난 2일 ‘지엠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인천지역 대책위원회’와 회사 쪽이 사내하청 해고자 15명의 복직에 합의하자 단식을 풀었다. 인천 부평구의 공장 정문 광고탑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 해고자 황호인씨와 이준삼씨도 64일 만에 땅을 밟았다. 1192일에 걸친 천막농성도 그렇게 끝이 났다. 회사가 받아들이기로 한 복직자 15명은 내년 2월부터 1년6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복직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지엠대우차 사쪽이 교섭에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 책임을 하청업체들에게 강제함으로써 ‘원청 사용자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계 또한 뚜렷하다는 게 노동계의 평가다. 지엠대우 창원공장의 경우, 법원이 명백한 불법파견 혐의를 인정하고 닉 라일리 전 대표이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사내하청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직접 회사와의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금속노조가 대리 교섭을 벌인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엠대우차의 상황은 지난해 11월 복직에 합의한 동희오토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신 지회장도 당시 이백윤 동희오토 지회장이 한 것과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기업이 이윤추구만을 위해 불법 파견하는 핵심 문제를 더 부각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다시 현장에 돌아가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투쟁’은 또 있다. 지난해 공장 점거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관계자 10여명은 여전히 수배중이다. 지난해 7월 “불법파견이니 현대차가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최병승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과 이상수 사내하청지회장 등은 연락이 끊겼다. 강지현 금속노조 선전홍보실장은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가압류와 징계 등의 철회 문제에서 진척이 없어 회사 쪽과의 협상이 계속 교착상태”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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