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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주노조 옥죄기’ 정부·법원 입 맞췄나

등록 2010-12-17 20:31

출입국관리소, 법위반 사실 없는 미셀 위원장 소환
대법원은 ‘노조 합법화 여부’ 최종판결 4년간 미뤄
노조 “위원장 추방 음모·사법부 정치적 검토” 비판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의 미셀 카투이라(38·필리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민특수조사대가 보낸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12월3일까지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2월 고용허가제에 따라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그는 액세서리·의류 제조업체를 거쳐 올해 3월 구두 제조·수선업체인 ㄷ사로 옮겨 일하고 있다.

미셀 위원장은 ㄷ사로 옮길 때 고용지원센터의 알선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8월에도 사장과 함께 고용지원센터에 나가 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받은 터라, 이번 출석 요구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도움을 받아 오는 21일 출석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와 이주노조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미셀 위원장을 추방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이주노조 위원장의 운명이 그랬다. 2005년 5월 초대 위원장 아노아르 후세인은 노조 설립 20일만에 서울 뚝섬에서 단속을 당했고, 2007년 11월엔 까지만 위원장과 라쥬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이 같은 날 단속을 당해 추방됐다. 이듬해 5월엔 토르너 림부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이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단속에 걸려 한국에서 쫓겨났다. 물론 정부는 그때마다 “표적단속은 없다”고 했다. 앞서 추방된 이들은 모두 미등록 이주 노동자였지만, 미셀 위원장은 등록 노동자다.

이주노조 간부를 추방하려는 한국 정부의 발걸음은 신속하지만, 이주노조 합법화를 둘러싼 사법부의 행보는 굼뜨기 짝이 없다. 지난 2007년 2월 서울고법이 이주노조의 합법성을 인정한 뒤 서울지방노동청이 상고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는 2005년 5월 ‘미등록 노동자가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하니,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라’는 서울노동청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신고서가 반려되자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는 패소했다.

대법원이 3년10개월 동안 판결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이정원 이주노조 선전차장은 “이주노조가 여전히 미인가 상태여서 사용자와 단체교섭도 할 수 없다”며 “판결의 사회적 파급력 때문에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법원 관계자는 “사안의 성격이나 파급력 등을 고려해 충분한 심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은 오는 19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단속·고용허가제 입국자 사업장 이동 제한(3회) 등의 철폐와 대법원의 조속한 선고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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