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연사들의 발언에 냄비를 두드리며 호응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분신 40주기 다시 전태일을 말하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정규직 살펴야
함께하지 않는 노동자대회 의미없어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정규직 살펴야
함께하지 않는 노동자대회 의미없어
40주기라고 전태일을 많이 찾는다. 전태일 정신을 생각해봐야 한다. 태일이 형은 자신의 차비를 털어서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줬다. 아주 밑바닥에 있는 사람, 지금의 비정규직이다. 민주노총이 전태일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를 여는데, 노동자대회 한 번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끊임없이 동료의식을 갖고,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노동자와 함께하려고 해야 한다. 그게 전태일 정신이다. 이게 전제되지 않는 노동운동은 형식적이고 의미가 없다. 이게 바탕이 된 노조, 사회단체, 정당이라야 올바르게 운동을 해나갈 수 있다.
먹을 만큼 먹고 마실 만큼 마신 듯해 사회는 방담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일행은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겼다. 방담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거나하게 술잔이 돌았건만 전태일은 이들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박 앞으로 교과서에 전태일 바르게 싣기 운동도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고교생들이 정년 연장 관련 시위에 나온다. 교과서의 3분의 2가 노동자에 관한 얘기인 나라에서나 가능하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전태일 열사 얘기가 지금은 ‘1970년대 분신한 자임’ 이렇게 근현대사 교과서에 달랑 한 줄 나온다.
최 서유럽에서는 노동이 하나의 천부인권으로 여겨진다. 노동권은 아예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나라도 많다. 그런데 이 나라의 헌법에는 노동3권이 규정돼 있음에도, 노동3권을 누릴 수 없다.
잠깐 사회자가 한잔하는 사이 기자가 슬쩍 끼어들었다. ‘본전’을 뽑으려는 심산이다.
기자 지금 마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정해진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듯한 구도가 형성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넘어, 취업자와 장차 취업할 사람 간의 연대가 가능할까?
박보은 정규직 노조의 오랜 역사가 있고, 그 이후에 비정규직 노조가 생겼다. 정규직, 비정규직도 아닌 알바생, 과외생, 학습지 교사 등의 대다수가 청년이다. 우리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 민주노총에서도 배제당하는 청년 노동자를 위해 노조 하자고 나온 거다. 기성세대와 정규직 밥그릇 싸움 하자는 게 아니다.
최 전태일 열사의 인간적인 측면만 너무 미화되는 건 문제다. 여공에게 풀빵 사주는 착한 측면만 부각됐지, 그가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며 희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나? 그렇지 않다. 전태일은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만날 전태일이 착했다며 지금의 노동자들도 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치이고, 파업하면서 욕먹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있나?
박보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도 ‘닥치고 스펙 쌓으라’는 거다. 그게 청년들이 자기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만드는 거다. 그런 걸 용인하고 되레 가르치는 게 지금의 우리 교육이다. 오로지 착하고 순종하는 노동자상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를 향해 최씨가 포문을 열자, ‘전태일의 정치적 경호실장’인 박 총장이 보충 설명을 했다. 전태일의 착한 모습만 보자는 게 결코 아니며 그의 따뜻한 연대 정신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전태일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투쟁정신, 이 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 노동의 미래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끝> 정리 전종휘 김민경 기자 symbio@hani.co.kr
박보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도 ‘닥치고 스펙 쌓으라’는 거다. 그게 청년들이 자기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만드는 거다. 그런 걸 용인하고 되레 가르치는 게 지금의 우리 교육이다. 오로지 착하고 순종하는 노동자상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를 향해 최씨가 포문을 열자, ‘전태일의 정치적 경호실장’인 박 총장이 보충 설명을 했다. 전태일의 착한 모습만 보자는 게 결코 아니며 그의 따뜻한 연대 정신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전태일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투쟁정신, 이 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 노동의 미래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끝> 정리 전종휘 김민경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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