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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각지대’ 놓인 특수고용 노동자

등록 2010-11-03 10:14

공장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 사장님’
노동자 인정안돼 ‘4대보험·퇴직금 없음’
부산에 사는 유민석(40대 중반ㆍ가명)씨는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사장님이다. 녹산공단에 있는 ㅁ철강회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철강 와이어를 만든다. 그는 요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사장님이 아니라 노동자라는 생각이 든다.

유씨는 아침에 ㅁ사의 통근버스를 타고 이 회사 공장으로 출근한다. 회사가 무상임대한 와이어 생산라인에서 다른 ‘사장님들’ 틈에 끼어 일하다 점심때가 되면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공장 근무는 2교대 방식인데, 매주 주간조와 야간조를 바꾼다. 주간조일 때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이 시간도 회사가 정해줬다. 토요일도 평일처럼 일한다. 그와 도급계약을 맺은 회사가 월 단위로 물량을 주면 일을 몰아서 하고 필요한 때 쉬고 싶지만, 회사는 작업지시서를 사나흘치씩만 낸다. 일을 빨리 끝내고 쉬려면 회사는 ‘초긴급’이라고 적힌 작업지시서를 내려보낸다. 공정별로 5개로 나뉘어 이름만 존재하는 종이 회사(paper company)를 통해 작업지시가 이뤄진다. 이렇게 일해 한 달에 받는 돈이 220만~300만원가량이다.

이렇게 유씨처럼 ㅁ사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도급계약을 맺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장님’은 모두 100여명에 이른다. 이 회사의 생산직은 모두 사장이고, 사무관리직 20여명만 정규직원이다. 지난달 25일 만난 유씨는 “말이 도급이지, 결근자 생기면 공장장이 와서 우리에게 뭐라고 한다”며 “우리 모두 110%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사장은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다. 지난해에는 작업 중 한 ‘사장’이 다리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비상정지 단추를 눌렀는데도 기계가 멈추지 않아 전원스위치를 빼서 더 이상의 참사를 막았다. 회사는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회복 불능의 장애를 입은 이에게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유씨는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사고라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불안해했다.

노동자임을 인정받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3년 전 일부 ‘사장’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겠다고 소송을 내려다 회사 쪽 압력에 유야무야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설비, 자금, 재료를 원청회사가 소유하는 등 경영의 독립성이 없고 작업표준서에 따른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는 도급의 외피를 쓴 직접 고용 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ㅁ사 ‘사장들’처럼 내용적으로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건설 중장비 기사,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배달원 등 전국적으로 20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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