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40주기…다시 전태일을 말하다
2010년의 노동현실
2010년의 노동현실
40년 전, 전태일은 자신의 몸을 태워 죽어 있던 근로기준법을 되살려냈다.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은 1953년 만들어졌으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목숨을 던진 1970년 11월13일 이전까지는 ‘있으되 없는’ 법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을 몰랐고, 당연히 법은 지켜지지 않았다. 전태일의 죽음은 열악한 노동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급속히 확산시켰다.
그로부터 40년,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정규직에 견줘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이 828만명(2010년 6월 기준)으로 임금노동자의 절반(49.2%)을 차지하고 있다. 정규직 또한 경제위기 때마다 정리해고 위협에 시달리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등 노동자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
■ 장시간 노동 노동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통계’를 보면, 1985년 농·어업을 제외한 전 산업(10인 이상 사업장 대상)의 총 노동시간은 주당 51.9시간이었다. 1990년 48.2시간, 2000년 47시간이었다가 2004년 7월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시작되면서 2009년 41.4시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07년 2261시간(주당 41.4시간)으로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었다.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오이시디 평균은 1679시간, 유럽은 1300~1500시간이었고, 미국과 일본은 1800시간대였다.
■ 양극화 심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대폭 확대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올 6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펴낸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잡았을 때,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 53.7에서 2004년 51.9, 2008년 49.9, 올해 46.2로 계속 격차가 커지고 있다. 사회보험도 정규직은 가입률이 국민연금 98%, 건강보험 98.6%, 고용보험 82.3%로 조사됐지만, 비정규직은 각각 33.1%, 36.4%, 35.4%에 머물렀다.
또 노동자들의 임금은 해마다 수치상으로는 늘고 있지만 ‘노동의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90년대 중반과 견줘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은 1980년 50.1%에서 1996년 62.6%까지 올랐다가 2000년 58.1%, 2002년 58.0%까지 떨어졌고, 2008년 61.0%, 2009년 60.6%로 회복됐으나 96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 약해지는 노동의 힘 노조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최고조에 오른 뒤 줄곧 감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전국 노조 조직현황’ 자료를 보면, 1970년 47만3000명이던 조합원 수는 전태일이 숨진 뒤 1975년 75만명, 1979년 108만8000명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노조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지나면서 1989년 19.8%까지 올랐으나, 1995년 13.8%, 2005년 10.3%, 2008년 10.5%, 지난해 10.1%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은 2%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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