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 해고자 직접고용 약속…노쪽, 재고용 시점 양보
회사도 노조도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고 했다. 2005년 회사가 사내하청 비정규 여성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고하면서 비롯된 갈등은 다섯 해를 넘기고도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파업과 징계, 고소·고발, 농성, 직장폐쇄, 단식을 거치는 사이 기륭전자는 ‘장기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됐다. 상대방에 밀리지 않는 게 유일한 목표인 듯했던 회사와 노조가 한 테이블에 앉아 5년2개월에 걸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유기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과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륭 사태의 전면 타결을 선언했다. 2005년 8월24일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선 지 1895일 만이다.
회사는 합의문에서 남아 있는 기륭전자분회원 10명을 고용하기로 약속했다. 양쪽은 또 상대방에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고 앞으로는 어떠한 비방과 농성, 집회 등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농성을 풀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은 “지난 6년간 서로 큰 고통을 겪었고, 서로 너무 많이 할퀴어 상처가 남았으나 사회 통합과 노사 상생을 바탕으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앙금을 잊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회사가 비정규직 해고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장기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에서는 첫 사례다. 노동계는 이번 합의를 노조의 승리로 평가하면서 동희오토를 비롯한 다른 장기 투쟁 사업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의는 막판에 양쪽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나올 수 있었다. 회사가 ‘직접고용 절대 불가’ 고집을 꺾자 노조는 생산설비를 모두 국외로 이전하고 최근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회사의 사정을 고려해 고용 시점을 1년6개월 늦출 수 있도록 양보했다. 대신 회사는 고용 때까지 생활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휘 김민경 기자 symbio@hani.co.kr
이번 합의는 막판에 양쪽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나올 수 있었다. 회사가 ‘직접고용 절대 불가’ 고집을 꺾자 노조는 생산설비를 모두 국외로 이전하고 최근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회사의 사정을 고려해 고용 시점을 1년6개월 늦출 수 있도록 양보했다. 대신 회사는 고용 때까지 생활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휘 김민경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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