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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택시기사 월급 15만↑, 사납금은 39만원↑ ‘장난하나’

등록 2010-08-04 19:29수정 2010-08-05 08:20

택시기사 두 번 울리는 최저임금제 꼼수.
택시기사 두 번 울리는 최저임금제 꼼수.
중소도시 최저임금제 꼼수, 노동조건 역주행
맞교대로 12시간 일해도 노동시간 4시간으로
경기 광명의 한 택시회사에서 5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아무개(53)씨는 최근 회사 노조위원장의 불신임안을 노조에 냈다. 위원장이 월급을 52만원에서 67만원으로 15만원 올리는 대신 기사가 내는 한 달 사납금은 39만원이나 올리는 내용의 회사 쪽 임금협상안에 지난 4월 말 서명했기 때문이다.

또 회사는 단협에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이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실제로는 2인 맞교대 근무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는데도 서류상으로는 이 가운데 3분의 1만 일한 것으로 처리되게 된 것이다. 나씨는 “임금이란 게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해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게 상식인데, 갈수록 깎이니 어떻게 참을 수 있겠냐”며 “열심히 일해도 집에 150만원 가져가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7월부터 지방 중소도시 택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면서 택시회사들이 이를 회피하려고 꼼수를 부리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회사 쪽이 최저임금 적용을 피하려고 꺼내드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노사가 하루 노동시간으로 합의하는 ‘소정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법정 시간(주 40시간)에 못 미칠 경우, 시급 기준(올해 4110원)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류상의 하루 노동시간을 줄이면 택시 노동자가 나중에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요양급여나 보험금 산정 때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경기본부의 이승기 사무국장은 “사쪽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사 임금은 소정 근로시간만큼이고 나머지는 자율 휴게시간이니 일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되 사납금만 넣으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간당 1만원 벌기도 벅차다”고 했다.

둘째는 월급을 인상해주되 사납금은 그보다 더 많이 올리는 방식이다. 월급을 올리면 4대 보험료 등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각종 비용이 증가하니 사납금을 더 받아야겠다는 논리를 편다. 문제는 나씨 회사의 사례에서 보듯 월급 인상분보다 사납금 인상분이 훨씬 크기 때문에 결국은 택시 노동자의 급여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중소도시 택시 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려고 최저임금제를 적용했는데, 이것이 결국 노동조건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처지에 놓인 택시 노동자는 전국 13만6800여명 가운데 대략 5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노동계는 파악하고 있다. 서울·부산 등 7개 대도시 택시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제가 적용됐지만, 대도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아 중소도시처럼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 군 단위 지역은 2012년부터 최저임금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노총 산하 택시노련 최낙봉 정책국장은 “이런 식으로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면 나중에는 서류상으로는 30분 일하고 실제로는 12시간 이상 일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임금복지과 관계자는 “법 취지를 무시하고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사납금을 지나치게 인상하지 않도록 지방 노동청을 통해 택시회사 쪽을 지도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택시요금 인상과 택시기사 급여체계 개선과도 연관된 부분이라 우리도 뜻대로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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