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휘
[현장에서]
지난 4일 오전 노동부는 예정에 없던 보도참고자료를 하나 냈다. ‘2009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15.7%로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통계청이 몇 시간 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가 45.3%에 이른다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이다.
노동부의 조사 결과는 이미 지난달 초에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누리집의 ‘노동통계’란에만 슬그머니 올려놓았다. 6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해 놓고도 사실상 묵혀 둔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구용으로 조사한 것이라 별도로 공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이런 해명은 옹색하게 들린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25일에는 자발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 2008년 조사 결과를 적극 홍보했다. 2007년 조사 때 15.2%였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2008년에 12.9%로 줄었다는 게 뼈대다. 자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에는 임금격차가 준 것으로 나타나자 조사 결과를 적극 알리고, 올해는 임금격차가 지난해보다 2.8%포인트 더 벌어진 것으로 나오자 이를 감춘 셈이다.
노동부가 통계를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10월에는 비정규직이 늘었는데도 줄었다고 수치를 왜곡해 발표했다가 당시 김대환 장관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고용노동부로의 개명을 앞두고 노동부가 각종 노동·일자리 통계 정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그러나 지금 노동부에게 시급한 것은 통계 인프라가 아니라, 노동부 통계의 ‘정직성’이 불신받는 데 대한 반성인 듯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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