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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실상의 고용관계’ 판단 노사갈등 책임 회피 제동

등록 2010-03-28 20:17

대법, 원청업체에 하청 사용자성 인정
원청업체가 부당노동행위를 했을 경우 원청업체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28일 나옴에 따라, 사내하청과 관련한 노사 관행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공장 안에 하청업체를 두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관행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증가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형식상으로는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지만, 일은 원청업체에서 하는 비정규직이다. 원청업체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때보다 임금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인력을 줄여야 할 경우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만 해지하면 되기 때문에 ‘노동 유연성’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극심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원청업체는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이나 근로기준법상의 의무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원청업체의 ‘하청업체에 책임 떠넘기기’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개별 노동자와 회사의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원청업체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방해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점규 전국금속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부장은 “그동안 노조를 결성하면 하청업체를 폐업하거나 사내하청 노조의 공장 내 활동을 방해하는 등 상시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앞으로 원청업체가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면 단체교섭 의무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청업체는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을 거부해왔다. 권두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원청업체의 사업장 안에서 사내하청 노조의 일상적인 노조활동과 쟁의활동도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신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태도가 바뀔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검찰은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원청업체를 기소하지 않았고, 노동부도 사내하청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 “현행 노동 관련 법률의 ‘사용자’에 대한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자’로 확대하라”며 노동부 장관에게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노동부가 2008년 집계한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963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168만5995명 가운데 21.9%인 36만8590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이들은 공장·지역별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교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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