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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파업 ‘미운털’…노동연구원 일감 줄줄이 끊겨

등록 2010-03-15 08:23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갈등 일지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갈등 일지
정부, 연구용역·위탁사업 중단…예산 바닥
“노조 해체 요구받아”…무파업 선언 각서도
민간기업을 상대로 일자리 나누기와 가족친화경영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해온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코윈센터)가 노동부의 예산지원 중단으로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였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노조가 ‘박기성 원장(지난해 12월 사퇴)이 평가와 해고 위협을 통해, 자율적이어야 할 연구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파업을 하는 등 사쪽과 갈등을 빚어온 곳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미운털’이 박힌 노동연구원에 대한 연구용역과 위탁사업 중단을 통해 사실상 ‘연구원 해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노동부와 노동연구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코윈센터 직원들은 지난 1월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노동부가 노동연구원에 주던 용역사업 예산을 모두 묶으면서 금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코윈센터는 지난 1월 해마다 하던 ‘남녀고용 평등을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노동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 9일과 10일에는 지난해까지 코윈센터가 하던 ‘작업장혁신지원사업’과 ‘고령자고용안정컨설팅지원사업’ 등을 경쟁입찰로 바꿔 공고했다. 이에 코윈센터는 사업 수주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이직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왕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은 “노동연구원의 노사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코윈센터의 사업이 제대로 안 될 것 같아 공모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윈센터 직원들은 노동연구원 노조에 속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파업을 하지도 않았다. 사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돼, 지난해 말까지 교대조 확대와 학습강화 등 코윈센터의 제안을 받아들인 기업이 299개에 이르렀다. 코윈센터의 한 직원은 “지난 1월 갑자기 센터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노동연구원에서 분리시키거나 해산시킬 수 있으니 노조를 해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연구원 노조와 별도로 꾸려진 코윈센터 노조는 지난달 2일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하겠다는 각서까지 써내야 했다.

노동연구원의 사정도 심각하다. 노동연구원은 올 들어 노동부의 연구과제를 하나도 수주하지 못했다. 노동연구원은 2008년에는 44건 27억여원, 지난해에는 48건 33억여원을 노동부 연구용역으로 수주한 바 있다. 노동연구원은 연구용역비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처지여서, 용역을 따내지 못할 경우 오는 8월부터 운영이 어려워진다.

정부의 이런 국책연구기관 예산지원 중단은 연구의 자율성 훼손과 정책개발 능력 저하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는 “노동연구원 사례를 보면서 다른 기관 연구자들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 관련 한 민간 연구기관의 연구자는 “코윈센터만큼 일자리 컨설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곳이 없다”며 “다른 기관이 이만한 역할을 단기간 안에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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