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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비정규직 18명 해고되자 정규직 3500명 잔업거부

등록 2010-03-05 19:18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신선한 ‘충격’

대기업노조 ‘자기만 챙긴다’ 시선 벗어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의 해고를 막기 위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규직 노동자 3500명이 잔업을 거부하고 투쟁에 나섰다.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잔업·특근 수당을 포기하는 대신 ‘약자와의 연대’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정규직 노동자 3500여명은 5일 주야 2시간씩 잔업을 거부했다. 점심때는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 300여명이 함께 천막을 치기 위해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버스부 소속 노동자 1200여명은 이미 지난 2일부터 잔업을 거부해온 데 이어, 주말인 6~7일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잔업·특근 수당 4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와 어깨를 같이한 셈이다.

이들의 투쟁은 현대차가 지난달 23일 버스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8명의 계약해지를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 부진을 이유로 하루 8대이던 고속버스 생산량을 6대로 줄이고, 정규직 42명과 비정규직 18명을 생산라인에서 빼겠다고 알렸다. 회사는 그 뒤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다른 일감을 줬다. 전주공장의 한 노동자는 “생산량은 줄이되 해고는 하지 않겠다던 회사가 갑자기 비정규직 노동자만 해고한다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규직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는 5일 <위원회소식>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리해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투쟁을 선언했다. 위원회의 한 간부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들도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고, 우리처럼 처자식을 부양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번 연대투쟁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내하청의 고용 악화에 대해 정규직 노조가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기업 노조는 회사 쪽의 비정규직 해고를 사실상 방관하면서,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전주공장은 어느 공장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가 좋은 사업장”이라며 “비정규직이 이대로 해고된다면 울산 등 생산물량이 줄어드는 공장 어느 곳에서도 해고를 막기 어렵다는 생각을 정규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일부 차종의 단종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속한 금속노조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 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신규 채용 확대와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회사의 5년 평균 당기순이익 증가 비율에 맞춰 채용 인원을 늘리고, 비정규직이 있는 사업장은 해당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우선 전환할 것 등을 사업장별 단체교섭에서 요구할 방침이다. 이런 요구안은 9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또 금속노조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에 대한 세제 감면’, ‘정규직 없는 사업장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도요타도 비정규직을 대량 고용하면서 품질 저하로 인한 ‘리콜 사태’에 직면했다. 현대차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완 남종영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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