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이 실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에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민주노총 탈퇴 안건이 부결됐다.
서울메트로 노조(조합원 8940여명)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 조합원 8137명 가운데 반대가 4432명(54.5%)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탈퇴에 찬성한 조합원은 투표 조합원 가운데 3691명(45.4%)이었고, 무효는 14표였다. 나머지 803명은 기권했다. 이날 함께 찬반투표에 부친 임금단체협약 인준안은 6013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개표가 끝난 뒤 정연수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아직은 민주노총을 탈퇴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조합원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올해 초 취임 때부터 민주노총 탈퇴와 ‘제3노총’ 건설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민주노총 탈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위원장은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해 조합원들과 충분한 논의와 비전의 공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새 노동운동의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주식 노조 교육선전실장도 “조합원들과 공감대가 이뤄진다며 임기 내에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7월 대의원대회에서도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의 임기는 2011년 1월까지다.
이에 대해 최병윤 서울지하철 노조 대의원은 “정 위원장은 더이상 제3노총 운운하지 말고 조합원들의 뜻을 인정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노조를 공격하는 와중에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것은 이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과 함께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했던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노조 집행부는 지난 7월 선거에서 패배해 물러났다.
이번 투표 결과에 힘입어 민주노총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민주노총이 대규모 사업장 가운데 하나인 서울메트로 노조를 잃게 되면, 정부의 공공부문 노조 와해 공세와 맞물려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서울메트로 노조는 1990년대 대규모 파업을 벌여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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