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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공무원 정치활동 법률 아닌 규정으로 금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 소지 커”

등록 2009-10-20 22:05

전문가 “정치구호 적힌 머리띠 등 금지는 표현자유 침해”
행정안전부가 20일 “공무원의 근무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내놓은 ‘공무원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법률이 아닌 ‘규정’만으로 ‘정치활동’의 범주를 규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낳고 있다. 행안부는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주장’하는 것과 ‘정치적 구호 등이 담긴 복장 등을 착용’하는 것을 ‘정치활동’으로 규정하고 이런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근무 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의 요구를 정부가 ‘정치적’이라고 판단하면, 집회에 참가하거나 조끼 등을 입는 행위 등은 모두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이 되는 셈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공무원노조법의 ‘정치활동’은 사안에 따라 판단이 쉽지 않다”며 “그래서 정치활동인지 아닌지 법원에서 사후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법률이 아닌 규정으로서 사전에 제한을 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헌법 37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행안부가 만든 복무규정 등은 상위법인 법률보다 낮은 수준인 시행령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도형 변호사도 “공무원노조법에 정치활동 금지라는 포괄적인 규정이 있는데도, 복무규정으로 세세하게 규제하는 것은 정치활동 금지를 넘어서 공무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구호가 적힌 머리띠·완장·리본·조끼 등을 금지하는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허용하고 있는데, 복장은 사안에 따라서는 단체행동이 아닌 단결권과 관련된 사항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노동법 교수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정치적 의사 표시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인권규약도 정치적 자유를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공무원 본인이 1년의 범위 안에서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만 노조가 조합비를 원천징수할 수 있게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진 변호사는 “조합비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을 통해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보수규정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도 아닌 공무원 개인의 조합비 징수에 대해 일방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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