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가운데 마이크 앞)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노조·노조전임자 문제 등과 관련해 “양대노총과 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등 6자의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복수노조 허용·전임자임금 금지’ 밀어붙이기 반발
정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규정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의 내년 시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참여 거부 방침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대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새로운 6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산업 현장의 현실과 노동계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하고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문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무시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노동계와 경영계는 공익위원과 함께 노사정위원회에서 복수노조 허용 문제 등을 논의해 왔다. 민주노총은 이 논의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 허용은 찬성하면서도 공익위원들이 제안한 ‘교섭창구 단일화’에는 반대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총은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은 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두 조항을 내년에는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거듭 밝히자 한국노총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더이상 유예할 수 없으며, 원칙을 훼손하는 노사 합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최근 경제 부처가 이 문제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중소 사업장이 많이 가입해 있는 한국노총은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이 법으로 금지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장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윤진식 수석의 주도 아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ㄴ씨가 경제단체 고위 책임자와 관료들에게 ‘노사관계 제도 개선은 우리가 맡아서 추진할 것이고, 노동부가 관련 법안을 제출하지 않도록 조처를 취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무력화된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중앙노동위원회 등 정부의 다른 위원회에서 철수하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한나라당과 맺어온 정책연대에 대해서도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파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다면 이명박 정권은 재벌만을 위한 정부로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장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노동부, 노사정위원회가 참여하는 별도의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제안했다.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해온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힘을 합치자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새로운 대화틀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한다면 공조까지로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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