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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토끼몰이 진압…‘화약고’에 갇힌 쌍용차 노조

등록 2009-08-05 19:23수정 2009-08-06 00:24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조립3·4공장 옥상에 투입된 경찰 특공대가 도장공장 쪽으로 달아나는 노조원들을 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특공대는 붙잡힌 노조원들을 곤봉과 방패로 마구 때리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또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노조원이 추락하는 등 노조원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평택/‘노동과 세계’ 제공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조립3·4공장 옥상에 투입된 경찰 특공대가 도장공장 쪽으로 달아나는 노조원들을 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특공대는 붙잡힌 노조원들을 곤봉과 방패로 마구 때리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또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노조원이 추락하는 등 노조원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평택/‘노동과 세계’ 제공
경찰, 도장공장 완전 포위…인화물질 20만리터 쌓인곳
부상 100여명 등 공황상태… 더이상 압박땐 재앙 올수도
500여명의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모두 도장2공장으로 밀려들어갔다. 이제 노조원들에게는 ‘옥쇄 투쟁’과 ‘자진 해산’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남지 않았다. 인화물질이 가득한 도장2공장이 쌍용차 노사에 어떤 장소로 기록될지는 앞으로의 며칠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쪽은 4일 노조 쪽에 비밀리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튿날인 5일 새벽부터 진압에 나섰다.

이날 새벽 경찰은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에 대한 ‘토끼몰이’식 강제해산 작전을 시작했다. 오전 중에 조립3·4공장, 도장1공장과 식당, 조합 사무실이 있는 복지동까지 차례로 헬기와 크레인, 컨테이너까지 동원한 경찰의 수중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은 모두 도장2공장 내부로 쫓겨 들어갔고, 오직 이곳만이 노조원들에게 장악돼 있다.

이날 노조원들이 쫓겨간 도장2공장은 지상 4층, 지하 1층의 콘크리트 건물이다. 평소에는 체어맨·렉스턴 등의 도장(칠) 작업을 하는 곳으로 시너 3만3천ℓ 등 모두 20여만ℓ의 인화성 물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작은 불씨 하나라도 이곳에 옮겨붙으면 화재가 아니라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도장2공장은 경찰이 진입을 주저할 만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공장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아니면 미로같이 복잡한 길을 따라 빠져나오기도 힘들다고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말했다. 가스와 물에 이어 지난 2일 전기마저 끊기자 노조원들은 ‘위험천만하게도’ 촛불로 내부를 밝히고 있다. 이날 경찰의 진입 과정에서 다쳐 평택 메디웰병원으로 옮겨진 최아무개씨는 “현재 도장공장은 암흑”이라고 전했다. 출입문 7곳도 경찰의 진압에 대비해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용접으로 막아버렸다.

이 도장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싸움에 지쳐 악에 받쳐 있다. 이날 아침 다쳐 병원에 실려온 소아무개(35)씨는 “최근엔 주먹밥 양까지 줄어 한 끼에 1개를 둘이 나눠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날씨 속에 밀폐된 공장의 실내온도까지 치솟아 노조원들의 신경은 더욱 곤두섰다. 도장공장 안의 한 조합원은 “안이 몹시 덥다. 노조원들이 모두 고립무원의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공장 안에는 경찰 및 회사 쪽 용역직원과의 충돌 과정에서 다친 100여명의 부상자들이 있다고 노조 간부는 전했다.

경찰의 강제진압에 따른 대형 인명사고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조합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도장공장에서 먼저 빠져나온 유아무개(54)씨는 “조합원들이 누가 건들기만 해도 이성을 잃고 화를 낼 만큼 정신상태가 피폐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도 조합원들은 공장 옥상에 모여 집회를 열고 ‘결사 투쟁’을 다짐했다. 한상균 쌍용차지부장은 “회사 쪽이 어제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는 오늘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진압을 했다”고 말했다. 도장공장 안의 다른 조합원은 “너무 힘이 들지만 죽을 힘을 다해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일단 진압작전을 중단했다. 노사 모두가 최악의 파국을 막을 짧은 시간을 갖게 됐다. 그러나 과연 노사가 그 시간 동안 상생의 지혜를 찾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평택/이완 허재현 권오성 기자 wani@hani.co.kr 사진 <노동과 세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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