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수당 안주려 야근인정 직전 “퇴근합시다”

등록 2009-07-30 06:52

바빠서 쓸수도 없는 연차
연봉제라 돈 못받고 소멸
찍힐까 문제 제기도 못해




‘속으로 삭이는’ 직장내 노동권 침해 사례

#1. 대기업 계열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홍아무개(30)씨는 최근 계속되는 ‘야근 아닌 야근’에 속이 끓는다.

야근은 팀장이 먼저 “오늘은 저녁 먹고 일 좀 더 하자”면서 시작된다.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일하면 규정상 시간당 5000원씩 모두 2만원의 야근 수당을 받게 돼 있는데, 문제는 밤 11시 이전에 퇴근을 하면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추가 근무를 하더라도 10시50분에 퇴근하면 한 푼도 못 받는다.

홍씨는 밤 10시30분께 “자, 이제 그만 퇴근합시다”라며 가방을 싸는 팀장이 얄밉다. 일은 일대로 하고 수당은 한 푼도 못 챙기기 때문이다. 홍씨는 “알고 보니 윗사람들이 각 팀의 야근비 지급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팀장들도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4년차 직원 박아무개(27)씨는 지난해 쏟아지는 업무로 연차 휴가(14일)를 하루도 쓰지 못했다. 이렇게 남은 연차는 연말에 급여로 환산해 주도록 돼 있었는데, 지난해 5월 연봉제로 바뀌면서 회사는 “모든 급여가 연봉에 포함되어 있으니 연차를 환산해서 주는 급여도 따로 없다”고 통보했다.

박씨는 미처 쓰지 못한 연차 휴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다음해에도 쓰지 못하면 그건 그냥 소멸돼 버린다”며 “연봉제 전환 때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답했다. 박씨는 “회사에서는 올해 쓰면 된다고 하지만 쏟아지는 업무량을 볼 때 올해 쓸 가능성도 없어 보여 이미 포기했다”고 말했다.


# 3. 지난해 에너지 관련 대기업에 입사한 류아무개(28)씨는 나빠진 근무환경으로 ‘죽을 맛’이다. 회사에서 경제위기로 기업 사정이 어렵다며 올여름부터 야근 때 에어컨 사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 쪽과 ‘업무 시간 외에는 가동을 중지한다’고 계약 내용도 바꿨다. ‘꼭 필요한 경우’라면 회사 관리팀에 에어컨을 켜 달라고 정식 공문을 보내야만 켜준다. 이런 까닭에 류씨가 야근할 때 에어컨이 작동하는 경우는 세 차례에 한 번꼴에 불과하다. 류씨는 “늘어난 야근에다 한여름 밤에 열 나는 컴퓨터를 보고 있으려니 업무 효율도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위기를 거치며 젊은 회사원들의 속앓이가 늘었다. 늘어가는 업무량에 비해 알게 모르게 노동자로서 권리가 침해되는 듯한데, 문제 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경제위기라는 이유로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고, 그만큼의 하중은 남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며 “편법으로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연차 사용을 사실상 막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사무직 회사원들은 노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해 개인이 회사와 맞서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현실상 개인이 근로감독관에게 신고할 수밖에 없는데 조직에서 눈밖에 날 수 있어 혼자 힘으론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선백미록 활동가는 “해고 등 큰 문제가 만연하는 노동 현장에서 작은 권리와 관련된 문제들은 노동부의 지도·감독 기능이 정지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