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9.4시간 일해…임금도 외환위기뒤 최저 수준
경기 침체로 근로계약 1년 이상인 상용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이 처음으로 40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명목임금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다.
24일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사업체 임금·근로시간 조사’를 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등에 정한 노동시간 35.9시간에다 초과노동시간 3.5시간을 일해 월평균 주당 39.4시간을 일했다. 이는 5인 이상 사업체를 조사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짧은 수준이다.
경기에 직접 영향을 받는 초과노동시간이 줄어든 탓이 컸다. 지난해 1분기에 주당 4.1시간을 연장근무했던 노동자들은 올해엔 주당 3.5시간을 연장근무했다. 특히 제조업에서 초과노동시간이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2.8시간 줄었다. 이화영 노동부 노동시장분석과장은 “기업들이 우선 직원들을 해고하기보다는 연장근무를 줄이는 등 노동시간을 조정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도 떨어졌다. 1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283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2% 하락했다. 이는 1998년 3분기에 -8.1%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기마다 5~12%를 기록했던 정액급여의 상승률이 1.7%에 그친 게 영향을 줬다. 연장근무 수당 등 초과급여, 상여금 등 특별급여도 2003~2004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기업들이 지난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했다가 경제가 좋아졌을 때 다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걸 ‘학습’한 탓에 고용 조정을 뒤로 미루고,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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