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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실업급여 못받게 ‘자진퇴사 압력’

등록 2009-05-12 21:55수정 2009-05-12 22:42

남녀 취업자 증감 추이
남녀 취업자 증감 추이
임신·출산 노동자 ‘해고 1순위’도 억울한데
회사쪽 ‘권고사직’ 처리 기피

임신 5개월째인 ㅎ(36)씨는 최근 임신한 사실을 회사에 알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임신부가 해고 1순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ㅎ씨는 “회사에서 자진해서 사직서를 쓰라고 하니 더 억울하다”며 “회사 쪽에선 ‘임금의 50%라도 받고 다니려면 다녀라, 권고 사직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이들에겐 구직 활동과 생활 안정을 돕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경제위기로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회사가 이들에게 자진 사직까지 요구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도록 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부당한 차별을 겪고 있다며 상담을 해오는 사례가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3월, 여성 취업자의 감소는 전체 일자리 감소의 76.4%(14만9000여명)를 차지했다.

임신 5개월째인 ㄱ(37)씨도 최근 일감이 줄자 회사가 무급휴가를 다녀오도록 하더니 사표를 쓰라고 한다고 했다. ㄱ씨는 “임신중이라 다른 곳에 취업할 수도 없으니 권고사직 처리해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도 회사는 ‘노동부에 (부당해고로) 신고를 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며 스스로 사직서를 쓰라고 한다”고 말했다.

유다영 노무사는 “회사가 권고사직을 꺼리는 이유는 임신중인 여성 노동자가 회사를 그만둔 뒤 실업급여를 신청하면, 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위반인지 점검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직서를 스스로 쓰면 회사로부터 성차별을 겪었다는 걸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회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영국 노동부 고용지원 실업급여과장은 “강제로 해고한 근로자가 있으면 회사가 노동부의 신규고용 촉진 장려금 지원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진 사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여성고용과 조우균 사무관은 “임신 등 이유로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해고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모든 회사를 감독하기는 힘들다”며 “부당하게 사표를 쓰게 한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진정하거나 지방 노동관서에 고소·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선백미록 활동가는 “임신한 여성 노동자라면 20~30년 전부터 겪어온 문제인데, 아직도 노동부가 세세한 현실을 모른다”며 “현장의 관행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노동부가 경제위기일수록 더욱 책임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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