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영계 ‘기간 연장’ 몰아치기
노사정 합의전 개정안 낼 가능성도
노사정 합의전 개정안 낼 가능성도
노동계가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에 한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은, 정부가 사용자 쪽에 치우친 법 개정을 부쩍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이란 방향을 정하고 개정안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기간 연장’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4년 정도 일하면 상당히 숙련되므로 정규직 채용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도 ‘사용기간 연장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노동부는 “노사정위 논의를 지켜본다”고 말하지만, 올해 안이나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법안을 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기권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23일 “기업들이 인력운용 계획을 짜는 내년 초 이전에 논의가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에서 노사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개정안을 내거나, 한나라당이 비슷한 내용의 의원 입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야당들도 대응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차별 시정제도 강화 △용역 전환 때 노조와 협의 △불법 파견 때 파견 노동자 고용보장 강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 근로조건 보호 등 4개 법률 제·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개정안을 내는 즉시 홍희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동계는 한목소리로 “개악 저지”를 외치지만 다소 온도차가 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논의를 지켜본 뒤 개정 논의를 시작하자는 태도다. 사용기간 제한은 그대로 두되, 간접 고용 문제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다. 민주노총은 사용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이거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이 법 개정을 앞당겨 강행해 양대 노총이 연대 투쟁에 나선다면, ‘비정규직법 개정’을 두고 노-정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를 배제할 수 없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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