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50일째 회사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 농성을 해 온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30일 오후 ‘요구가 수용되기 전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뜻으로 “근조”라고 쓴 천을 덮은 관을 농성장에 올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권영국 변호사 “수사권 남용” 비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50일째 단식 농성 중인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회사 경비실 옥상에서 농성을 벌인다는 이유로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 농성을 벌인 혐의(건조물 침입)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과 유흥희 조합원 등 2명의 체포영장을 최근 발부받았다고 30일 밝혔다. 금천경찰서 경찰관들은 지난 29일 오전 이들을 붙잡으러 농성장에 갔으나, 다른 조합원들의 제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는 못했다.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세 차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그러나 이들의 단식이 50일이나 됐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인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강제로 끌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륭전자 쪽은 지난 6월 단식 농성이 시작되자 조합원들을 고소한 바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단식 농성 중이어서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려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는 30일 오후 회사 앞에서 집중투쟁 집회를 열고 “죽을 각오로 단식 농성을 하고 있음을 회사에 보여주려는 뜻”이라며 나무로 만든 ‘관’을 단식 농성자들이 있는 경비실 옥상에 올려보냈다. 노조는 이날 ‘새 회사를 설립해 오는 9월 조합원 전원을 복직시키고, 그로부터 1년 뒤 ‘기륭전자의 정규직’이 된 것으로 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하고 회사 쪽에 교섭 재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대표이사가 미국 출장 중이고 교섭 담당 임원진은 휴가 중”이라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황예랑 송경화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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