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입금지’ 반대성명 번복 종용
부원장보, 노조위원장에 압력
부원장보, 노조위원장에 압력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이 기자들의 금감원 취재 제한 조처를 비판한 금감원 노조의 성명서를 철회하도록 노조위원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1일 드러났다.
임주재 금융감독원 총괄담당 부원장보는 노조가 성명을 낸 지난 31일 저녁 금감원 근처 음식점에서 김대능 노조위원장을 만나 “청와대와 기자들의 싸움에 금감원이 끼어드는 것은 조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성명 철회 자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임 부원장보가 노조 상근간부 회식 자리에 찾아와 ‘조직에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성명을 철회한다는 ‘레터’(자료)를 한 장 써 달라고 주문했다”며 “즉석에서 간부 구수회의를 거쳐 ‘추후 금융감독원 취재지원 시스템 개선 내용을 검토한 뒤 노조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임 부원장보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가 언짢아 한다’거나 ‘청와대를 무마해야 한다’는 따위 발언도 했다고 김 위원장이 전했다.
이에 대해 임 부원장보는 “성명서 발표 직후 김 위원장을 만나 마치 금감원이 이번에 새로 취재제한 조처를 취한 것처럼 언급한 것은 사실 관계가 틀리지 않으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를 무마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 노조는 31일 오후 “공적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획일적 조처를 내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가 같은날 저녁에 “금감원의 공식입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하였는바, 추후 금감원의 취재지원 시스템 개선 내용을 검토해 노조의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해명자료를 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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