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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또 다른 노동인권 사각지대 ‘중견사원’ 노조가 뜬다

등록 2007-05-01 16:55

노동조합 가입대상에서 배제된 부.차장급 중간 관리자가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독자적인 노조 설립에 나서 노동절을 맞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그간 기업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반강제적인 인력조정을 실시할 때 1차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은 데도 노조 가입자격이 없어 보호를 받지 못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노동조합(이하 중견사원 노조)은 지난달 23일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마치고 지점장을 제외한 부장 및 차장급 230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조합원 모집에 들어갔다.

현행법은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으나 과장급 이하만 가입이 가능한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 지부(조합원 1천625명)와는 조직대상이 달라 설립이 가능했다.

중견사원 노조 설립을 주도한 한영상 거여지점 차장은 작년 2월 회사측의 희망퇴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전국의 영업점을 떠돌아 다녀야했다.

대전지역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그는 울산과 통영, 서울 등지로 잇따라 원거리 발령을 받았다. 한 차장뿐만 아니라 당시 희망퇴직에 불복한 직원들은 대체로 원거리 발령을 감수해야했다.

한 차장은 "중견사원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타킷이 된다"며 "이에 따라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노조를 설립했으며 현재 십수명이 가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쪽은 "당시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16명의 직원에 대해 지방 발령을 낸 것은 사실이나 인사고과를 반영한 정상적인 인사조치였으며 보복성 인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작년부터 중견사업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어 현재 회사측과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6월 말에 설립된 우리은행의 중견사원 노동조합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1천여명이 가입했으며 노조의 실체인정과 임금피크제 등의 현안을 놓고 회사측과 수십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작년 10월에 출범한 외환은행 중견사원 노조는 지점장을 제외한 부점장급 직원 150명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아 현재 절반 정도가 가입한 상태이며 지난 26일 회사측과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맺기 위한 상견례를 가졌다.

기존 노조에서 배제된 비정규직과 중견사원이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한 경우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2001년 7월에 마련한 비정규직 노조 규약에서 비정규직과 더불어 팀장급(3급) 이상 관리직도 새로 결성된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새 노조에는 현재는 비정규직 조합원만 1천100명이 남아 있을 뿐 중견사원은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설립 초기에는 중견사원들도 참여했지만 일부가 지점장 발령이 나면서 지점장은 사용자로 간주하는 현행법에 따라 노조를 탈퇴해야했다.

농협의 한 지점장은 "관리직들은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 받히면서 보호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며 "현재 관리직의 대다수가 노조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인데다 현재 노조가 비정규직 위주로 돼 있어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2000년 오리온전기가 부장급의 주도 아래 사무기술직 노동조합을 결성한 바 있으며 국민은행은 2002년 주택은행과 합병 이후 차장 진급자가 대거 생기자 이들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중간관리자는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해 인력 구조조정 압력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중간관리층의 노조 설립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호 김호준 고미혜 기자 dae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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