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들, 살얼음판 걷는 한국생활
구로 주상복합 신축공사장 불
몽골 출신 노동자 4명
신분확인 불이익 우려 달아난듯 지난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30층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다친 몽골 출신 등 외국인 노동자 네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라졌다. 이들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로, 신분이 드러났을 때 입을 피해를 우려해 치료마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다친 외국인 노동자 6명 가운데, 몽골인 ㄱ(27) 등 외국인 4명이 17일 오전 10시30분께 구로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낮 12시께 자취를 감췄다. 구로성심병원 응급실 유승환 간호사는 “이날 낮 11시40분께 입원 병실을 배정했으나, 이들이 수액바늘을 뽑아 계단에 버리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 간호사는 “이들 4명의 혈액 검사를 해 보니 혈중 산소농도가 정상치의 80% 정도로 떨어져 있었고, 호흡도 불안정해 입원을 해야 했다”며 “당시 비슷한 부상을 입은 한국인 노동자 6명은 이틀째 입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병원에서 밝힌 외국인 등록번호를 출입국관리소에 확인했더니 ㄱ 등 몽골인 2명은 불법체류자였고, 다른 외국인 2명은 등록번호를 제대로 적지 않아 신분을 알 수 없었다. 합법 신분이었던 나머지 외국인 노동자 2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사고나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이번 사건 말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자협의회 상임대표(목사)는 “미등록 노동자들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가도 신분이 탄로가 나 잡혀갈까봐 응급치료만 받고 가버리거나, 수술도 하지 않은 채 지내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도 산재 보상신청을 하고 합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산재보상과 치료를 받은 뒤엔 강제출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환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국장도 “널리 알려진 사건이나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사건의 경우엔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는 일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화재가 에어컨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2층 천장에서 용접을 하다가 불꽃이 우레탄 재질의 바닥에 떨어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불로 공사장 인부 박아무개(45)씨가 숨지고, 이아무개(37)씨 등 54명이 다쳐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책임자를 입건해 화재원인과 예방조처와 관련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재명 기자, 정유경 최원형 수습기자 miso@hani.co.kr
몽골 출신 노동자 4명
신분확인 불이익 우려 달아난듯 지난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30층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다친 몽골 출신 등 외국인 노동자 네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라졌다. 이들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로, 신분이 드러났을 때 입을 피해를 우려해 치료마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다친 외국인 노동자 6명 가운데, 몽골인 ㄱ(27) 등 외국인 4명이 17일 오전 10시30분께 구로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낮 12시께 자취를 감췄다. 구로성심병원 응급실 유승환 간호사는 “이날 낮 11시40분께 입원 병실을 배정했으나, 이들이 수액바늘을 뽑아 계단에 버리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 간호사는 “이들 4명의 혈액 검사를 해 보니 혈중 산소농도가 정상치의 80% 정도로 떨어져 있었고, 호흡도 불안정해 입원을 해야 했다”며 “당시 비슷한 부상을 입은 한국인 노동자 6명은 이틀째 입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병원에서 밝힌 외국인 등록번호를 출입국관리소에 확인했더니 ㄱ 등 몽골인 2명은 불법체류자였고, 다른 외국인 2명은 등록번호를 제대로 적지 않아 신분을 알 수 없었다. 합법 신분이었던 나머지 외국인 노동자 2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사고나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이번 사건 말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자협의회 상임대표(목사)는 “미등록 노동자들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가도 신분이 탄로가 나 잡혀갈까봐 응급치료만 받고 가버리거나, 수술도 하지 않은 채 지내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도 산재 보상신청을 하고 합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산재보상과 치료를 받은 뒤엔 강제출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환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국장도 “널리 알려진 사건이나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사건의 경우엔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는 일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화재가 에어컨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2층 천장에서 용접을 하다가 불꽃이 우레탄 재질의 바닥에 떨어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불로 공사장 인부 박아무개(45)씨가 숨지고, 이아무개(37)씨 등 54명이 다쳐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책임자를 입건해 화재원인과 예방조처와 관련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재명 기자, 정유경 최원형 수습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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