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사 가짜서류 등 알고도 선정…경찰, 수사 착수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가 가짜 서류를 낸 업체를 창립기념품 납품사로 선정한 데다 이를 알고도 비호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5월 조합원 투표를 거쳐 대기업 ㄹ사 레저용 테이블을 선정했다. 노조는 5월30일 이 업체와 7월28일까지 4만4000개를 납품하는 조건으로 13억2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3억96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6월8일 ㄹ사가 제출한 제품 보증용 증권이 가짜로 밝혀졌고, ㄷ사 대표 박아무개(40)씨 등 직원 4명이 ㄹ사 재정담당이사 등의 명함과 ㄹ사 대표 인감도장 등을 이용해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노조는 사기행각을 벌인 ㄷ사와 계약파기를 하지 않고 다시 계약을 맺었다. 노조는 박씨가 6월30일 2차 지급금 3억9600만원을 받고 3만7000여개만 납품한 뒤 7월 말 잠적하자, ㄷ사와 레저용 테이블 납품계약을 맺었던 ㅈ사에 3억1000만원을 주고 8000여개를 다시 구입했다.
노조는 또 7월13일엔 ㄷ사가 외환은행에서 4억여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잔금 5억2800만원을 지급할 때 외환은행이 입회한 자리에서 지급하겠다”는 확약서를 써줬으며, 9월26일 뒤늦게 박씨를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노조의 업체선정 과정은 의혹에 싸여 있다.
5월23~24일 조합원 투표에서 상위를 차지한 2~3개 업체의 본사와 공장을 실사하면서 본사가 서울인 ㄹ사는 대구의 물류창고만 찾아갔다. 노조가 ㄹ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나흘 전인 5월26일 “탈락했으니 30일까지 견본제품을 찾아가라”고 ㄹ사에 공문을 보냈다.
또 실제로 낙찰됐던 ㄹ사 부장 ㄱ씨도 “협력업체인 ㄷ사가 입찰자격이 안된다고 해 명의를 빌려주었으나 진짜 당첨됐는지는 몰랐다”고 말해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담당자인 노조 간부 ㅇ씨는 “사기당한 사실이 조합원들에게 알려지면 산별노조 전환과 임금협상을 앞두고 분란이 일어날 게 뻔한데다 시일이 촉박해 ㄷ사가 납품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해명했다.
ㅇ씨는 또 “ㄷ사 부장 ㅇ아무개씨를 입찰과정에서 알았다”고 말했으나 이들은 1989년 5월부터 1990년 9월까지 17개월 동안 울산공장에서 같이 일했으며, 경찰이 통화기록을 조회에서도 5월부터 수십차례나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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