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들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지정하는 특별구역엔 상당수 노동 관련 법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특별법안이 입법되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법의 다수 조항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이 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을 가결 처리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이 특별법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내 인구감소 지역과 접경지역 포함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신청하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회발전특구’(특구)로 지정하고 세금 혜택과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제는 이 특별법에 규정된 ‘규제 완화’ 대목이다. 특별법 제14조엔 지정된 특구의 경우 기업 활동에 필요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국민안전, 노동·환경과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처리 등 규제에 대해서는 기회발전특구특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며 세부적으로 규제 완화 ‘불가 조항’을 열거했다. 근로기준법 제50·51조, 최저임금법 제6조, 중대재해처벌법 제4·5조 등 20개 항목이다.
얼핏 보면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노동관계법 무력화’ 조처란 비판이 크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구는 전체 116개 조항(부칙 제외)으로 구성된 근로기준법 중 제50·51조 단 두개 조항을 제외하곤 전부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제한(53조)하고, 근로시간 8시간 이상 때 1시간 휴게시간(54조)을 주도록 하는 등 대부분 노동 보호 조항은 적용받지 않게 된다.
게다가 법안 통과 땐 끊임없이 논란을 빚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사실상 가능해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심의·결정·고시 절차와 주체를 규정한 조항(8조 등)은 규제 완화 대상인 탓에 논리적으론 특구에서 별도로 최저임금위를 설치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중대산업재해 발생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조항(6조) 역시 특별법에선 규제 완화 대상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특정 기업이나 시·도가 노동법 등 규제 특례가 필요하다고 신청하면, 노동부·환경부 장관이 포함된 심의기구가 이를 허용할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라며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규제 완화를 허용한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이 특별법이 산자위에서 논의되는 동안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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