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실 제공.
일하다 얻은 질병과 작업 환경 사이의 연관성 파악을 위해 실시하는 역학조사 기간을 ‘180일 이내’로 제한하고, 기간을 초과하면 국가가 피해자에게 산업재해 보험금을 선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질병 산재 피해자와 가족 등과 함께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역학조사란 직업성 질환이 작업장 환경 및 유해요인으로 발생했는지를 과학·의학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역학조사 기간을 법정화하고 산재 보험금을 선지급하는 방안 외에 △재해를 입은 노동자를 진료한 의사의 산재 신청 △재해 조사 때 산재 피해자 또는 대리인 참석 등의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이밖에 ‘작업 환경의 유해요인의 종류·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을 경우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조문도 추가해 산재의 국가 책임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개정안은 그간 한겨레가 지적해온 산재보상보험법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동계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어 내놓은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내부 지침을 통해 ‘역학조사 결과 심의 및 의결 기한’을 180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에서 거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가 우원식 의원을 통해 입수한 ‘180일 초과 역학조사’ 명단을 보면, 올해 1월31일 기준으로 모두 574명이 총 26만7716일(733.4년) 동안이나 역학조사 결과를 받아보지 못했다. 역학조사가 6년 넘게 이어지는 사례도 발견됐다. 또 최근 5년(2018∼2022) 간 111명의 노동자가 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했음에도 역학조사 결과를 받아보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원식 의원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국민을 나 몰라라 하는 산재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 국가 책임제를 실현해야 방향으로 산재 보상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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