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산 아파트 재개발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강보경씨의 어머니인 이숙련씨(앞줄 왼쪽 둘째)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디엘이앤씨(DL E&C) 본사 1층에서 입장문을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며 "내 아들을 살려내요, 내 아들을"이라고 울부짖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7건의 중대재해로 8명이 목숨을 잃은 건설사 디엘이앤씨(DL E&C)의 중대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회사의 책임과 정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4일 서울 종로구 디엘이앤씨(DL E&C) 본사 앞에서 대책위 발족 및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디엘 그룹 차원의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을 수립하고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파트 ‘e편한세상’을 짓는 디앨이엔씨에선 지난해 4건의 중대재해로 노동자 5명이 숨졌으며, 올해 7~8월에도 노동자 3명이 숨졌다.
대책위는 그 가운데 지난 8월 디엘이앤씨의 부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강보경(29)씨의 유가족을 중심으로 법률·노동 단체 등이 모여 만들었다. 강씨는 8월11일 부산 아파트 재개발 건설 현장에서 창호 교체 작업 중 20m 높이 아파트 6층에서 작업 하다가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자회견에서 강씨 누나 강지선씨는 “안전장치 하나 없었다. 아무도 붙잡아주지 않았다”며 “첫 번째 사고, 두 번째 사고, 세 번째 사고, 네 번째 사고, 다섯 번째 사고, 여섯 번째 사고, 그리고 일곱 번째 사고 29세(강보경)까지 왔다. 여덟 번째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강씨 사망은)일용직으로 사건 공사 현장 창호 보수 작업에 투입된 첫날 일어난 일”이라며 “하청 일용직 노동자인 그에게 안전교육도 안전장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일용직 노동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건설 현장에서 죽음은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29일 디엘이앤씨 소속 79개 시공현장에 대한 일제감독에 나서 61개 현장에서 20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며 “철저히 수사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까지 디앨이엔씨 중대재해 가운데 기소가 이뤄진 사건은 없다. 대책위는 “(정부가)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늑장수사와 늑장기소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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