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국회 앞에서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이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과 의미를 이어 말하는 ‘이야기 마당’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i.kr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노동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조법 개정) 지금 합시다. 쟁의 행위에 대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손해배상액으로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냅시다.”(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며 국회 밖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벌였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민주당이 약속한 8월 임시 국회 처리가 무산된 데 이어 이날도 오후 늦게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노동자와의 교섭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 범위를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원청으로 넓히고, 쟁위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 발언에 나선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은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 시민 전체의 문제”라며 “진짜 사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진짜 사장과 대화를 시도하다 파업에 이르게 된 노동자들에게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폭탄이 떨어지는 이 현실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법률시민단체 쪽 대표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최종연 변호사(법무법인 일과사람)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소송을 언급하며 “진작 노조법 2조 개정이 돼서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었다면 12년 동안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도 실질적 근로조건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고 말했다. 현대차 하청 노동자들은 10년 이상 싸움 끝에 법원에서 자신들의 사용자가 하청업체 대표가 아니라 원청인 현대차라는 판결을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36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여러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을 겪었다.
김혜진 노조법 2·3조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이 미뤄지는 데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 통과 이후 거부권 행사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재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번에도 국회 의사일정을 이유로, 국회의장의 위법·부당한 태도를 이유로 노조법 개정안 처리를 미룬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양치기 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며 국회의장과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거통고지회) 노동자들한테 청구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이 이날 열렸다. 지난해 6월 거통고지회 소속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과 뒤이은 회사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노란봉투법 국회 논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소송대리인단과 거통고지회는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지 노동3권 침해만을 목적으로 한 수백억의 손해배상청구 앞에서, 손해배상이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무분별한 노동탄압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법원이 이러한 부당한 소송을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지 끝까지 변론하여 싸울 것”이라며 “한화오션은 이 사건 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자들과 대화에 임하라”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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