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샤니 제빵공장 앞에 근조 리본을 달고 있는 직원들이 서 있다. 장현은 기자
“사고 원인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현장 본다는데, 이걸 왜 막나요. 지금 사고 은폐하려는 걸로 밖에 안 보입니다.”
50대 노동자의 끼임사망 사고가 빚어진 성남 샤니 제빵공장. 11일 오전, 근조 리본을 단 이 회사 직원들이 공장 출입문 앞을 막아섰다. 이날 이은주 의원 등 정의당 의원 3명과 당 전문위원 등이 방문하자, 공장 안전 요원과 직원들이 한 줄로 서서 출입문을 가로막은 것이다. 이들 앞에서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는 “회사 방침이다”, “현장 보존 필요성이 있다”며 공장 출입 불가 방침을 밝혔다. 지난 8일 50대 ㄱ씨는 공장 내 2층 높이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반죽 기계) 사이에서 상체를 숙이고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이틀 만인 10일 숨졌다.
정의당은 사고 원인과 공장 설비 안전성 등을 살피기 위해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노동청, 에스피씨(SPC) 그룹 쪽과 협의를 마쳤다는 입장이었다. 애초 이은주 의원을 포함한 정의당 의원 3명과 보좌관 3명, 전문위원과 경기도당 관계자 3명이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와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설명을 듣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에스피씨 쪽 실무자들은 현장을 찾은 정의당에 의원 3명까지만 방문을 허용하고, 보좌관 3명과 전문위원 등 3명에 대해서 출입 불가 입장을 내놨다. 게다가 이날 오전 10시 공장에 나타난 이강섭 대표이사가 “협의된 바 없다”며 돌연 의원들까지 출입을 거부했다. 이강섭 대표이사는 “현장 훼손의 가능성이 있어 출입이 어렵다”며 “사고 관련된 사항은 노동부의 조사가 끝나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전날 모두 합의된 사항인데, 허영인 회장의 추가 지시가 있었던 것이냐”라며 “그룹 차원에서 현장을 은폐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은주 의원은 “지난해 에스피엘(SPL) 사고 당시에도 흰 천만 덮어두고 계속 작업을 하던 상황이 정의당의 현장 방문을 통해 알려졌다”며 “대체 뭐가 무섭고 무엇을 감추길래 현장에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샤니 제빵공장 앞에서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장현은 기자
정의당은 “애초 합의된 9명 전원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했지만, 회사쪽이 의원 3명에 보좌관 3명까지만 허용할 수 있다며 이외 인원의 출입 불가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자, 결국 정의당 의원들은 현장 방문을 하지 못하고 1시간반 만에 철수해야 했다.
이은주 의원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에스피씨의 태도는 산재를 은폐하고 현장을 차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대 재해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는 입법부의 노력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에스피씨가 안전경영에 대한 관심보다 산재를 은폐하고, 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조처를 마련하고, 당 차원에서도 관련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의당 노동위원이자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국정 업무의 일환으로 중대재해 사고 현장을 확인하러 간 행위를 현장 훼손 행위로 폄훼했다"며 “회사가 공개할 수 없는 심각한 안전 문제가 있거나, 고인이 일하던 기계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닌가? 왜 현장 방문을 막았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샤니 제빵공장 주차장에 출입 금지 문구가 붙어 있다. 장현은 기자
이에 대해 에스피씨 관계자는 한겨레에 “의원들 외의 추가적인 전문가들까지 출입 허용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협조하기 위해 출입 허용을 말씀드렸으나, 의원실쪽에서 다른 분들까지 함께 출입을 요구해 노조에서 거부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