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6월29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8명이 전원 퇴장했다. 지난달 경찰에 강경 진압을 당한 뒤 구속된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대신 한국노총이 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항의 성격이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최임위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과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임위 회의 참석이 어렵다”며 “향후 최임위 참석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 총장 발언이 끝난 뒤 근로자위원 8명이 전원 퇴장했다.
이날 근로자위원 퇴장은 한국노총이 앞서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대신해 근로자위원으로 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최임위 위원 위촉을 고용노동부가 거부하며 촉발됐다. 근로자위원이던 김 처장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하청 노동자 농성장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중 경찰에 진압당하고 구속됐다. 노동부는 지난 21일 김 처장을 최저임금법 시행령상 직무 태만·품위손상을 이유로 해촉했다.
고용노동부가 26일 한국노총에 보낸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후보자 추천 의뢰 공문.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해촉된 근로자위원(김준영)과 공동 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이므로 후보 추천을 거부했다. 한국노총 제공
한국노총은 김 처장을 대신할 근로자위원으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지만 노동부는 거부했다. 김만재 위원장이 김 처장과 “공동 불법행위로 수사 중인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류 위원은 “지금까지 (김 처장 해촉 등)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며 대화를 통한 절차에도 정당성 있게 응했음에도, 온당치 않은 이유와 비상식적인 노동부 행태 앞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최임위 복귀 조건에 대해 “(오는 29일 예정된 회의에) 지금 바로 참석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노동부의 대응이나 대처 방안, 해결 방안들에 대해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근로자위원 퇴장 뒤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만 남아 진행된 전체 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쪽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좌초된 만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가장 어려운 업종에 맞춰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근로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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