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전국 체감경기 및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임금 노동자 3명 중 2명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 23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8명은 시급 9620원인 올해 최저임금이 생계를 꾸리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월 20일부터 4월28일까지 전국 온라인 및 대면 설문조사 방법으로 실시한 ‘2023년 전국 체감경기 및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전체 응답자 7509명 가운데 미조직 임금 노동자 5377명만 분석 대상으로 하고, 노조 가입자·사업주·무직자 등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 중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가 49.8%,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50.2%였다.
설문 분석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2024년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으로 월 230만원 이상을 꼽았다. ‘월 250만원 이상’(시급 1만2000원 이상)을 선택한 비율이 31.9%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월 230만∼249만원’(시급 1만1000원∼1만1900원)이 30.6%로 나타났다. 시급 1만2000원은 노동계가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이기도 하다.
응답자 중 84.8%는 올해 최저임금(시급 9620원)으로는 본인과 가족이 살기에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가구 규모가 커질수록, 연령이 많아질수록 ‘현재 최저임금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체로 높았다. 응답자 중 69.6%는 '작년보다 생활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1인 가구에서는 ‘작년보다 생활비가 늘었다’는 응답이 72.8%로 더 높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할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기준으로는 물가상승률(46.6%)과 생계비(40.0%)라고 답한 응답률이 높았다.
지난 2년간 실직 경험이 있는 노동자 비중은 5명 중 1명(19.8%)으로 나타났다. 실직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꼽은 가장 중요한 실직 사유는 ‘자발적 이직’(32.9%),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회사 어려움’(25.6%)순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축소’는 2.6%였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영향권에 속한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이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생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는 것”이라며 “물가상승률과 생계비를 반영한 상당폭의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응답자 절반에 이르는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실태와 요구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사”라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대폭 물가 인상, 인플레이션 등의 상황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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