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개악 내용을 마련해놓고 (…) 최저임금위원 자격이 없다.”(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부당한 압력이자,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다.”(권순원 공익위원)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전원회의는 시작부터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 당초 지난달 18일 예정됐던 첫 회의가 정부의 ‘주 69시간제 노동시간’ 설계에 참여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최임위원 자격 논란 끝에 공익위원들이 입장을 거부하며 이미 한차례 파행을 빚은 터였다. 당시 양대노총 활동가들이 권 공익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장에서 피켓팅을 하자 공익위원단 등이 이들의 퇴장을 요구하면서 결국 첫 회의가 무산됐다.
2주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한 양대노총(근로자위원), 경영계(사용자위원), 공익위원(정부 추천)은 일단 1차 전원회의를 시작했다. 다시 개최된 회의에는 27명의 위원(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이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노동계 요구안인 ‘최저임금 12000원’(올해대비 24.7% 인상)에 대해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사용자 위원으로 참석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 요구는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주장이며, 소상공인이나 중소 영세 사업자를 사지로 모는 주장”이라며 “여러 경제 상황이나 제반 여건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자 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물가폭등,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해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성별임금격차 해소, 소상공인·영세기업이 함께 살아갈 방안을 제도적으로 모색하고,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선 지난 회의 무산 책임을 두고 ‘2라운드 장외 공방’도 벌어졌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4월18일 1차 전원회의를 소집해 놓고, 위원장과 공익위원이 회의 장소에 불참해 회의를 무산시켰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올해 위원회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설명했어야 할 위원장이 오히려 회의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채, 위원장의 역할을 저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권의 입장에 따라 최임위 심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최저임금법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내용을 마련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한 사람은 최임위 공익위원 자격이 없다”며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의 사과와 권 공익위원의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 공익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위원직 사퇴는 있을 수 없다”며 “저에 대한 사퇴 요구 등은 부당한 압력이라고 생각하고,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 역시 “(지난 회의 무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하헌제 최임위 상임위원이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운영위원으로는 류기섭·박희은(근로자위원), 류기정·이명로(사용자위원), 권순원(공익위원)이 지명됐다. 최임위 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세종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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