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열에 셋가량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불공정 채용을 근절하겠다며 노조 때리기에 나서는 사이 정작 노동자들은 ‘채용 갑질’에 시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23일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3일∼10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직장인 14.3%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13.0%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교부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72.7%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받았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하고 이를 노동자한테 교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위반은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50.3%로 절반을 넘었다. 또 비정규직(38.8%), 비노조원(28.7%), 월 임금 150만원 미만(41.3%)에서 높게 나타났다.
‘입사할 때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하냐’는 질문에 22.4%는 ‘동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25.3%), 비노조원(23.3%), 생산직(28.6%), 5인 미만 사업장(29.8%)에서 높았다. 채용절차법 제4조에선 거짓 채용광고 등을 금지하는데, 이는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소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법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불공정 채용의 원인은 고용세습이 아니라 계약과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는 갑을관계에 있다. 갑인 사용자는 채용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을의 위치에 있는 구직 노동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른다”며 “정부는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채용 갑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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