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18일 고용노동부가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척제에 해당 성분이 함유돼 있음을 사고 당시에 몰랐습니다”
지난해 2월 16명의 노동자가 급성 독성간염(화학물질 흡입 등의 이유로 생긴 간 기능 손상) 증상을 보인 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두성산업’ 천아무개 대표는 지난 1월18일 열린 7차 공판에서 이렇게 항변했다. 천 대표는 ‘트리클로로메탄’이란 화학물질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세척액을 다루면서도 작업장 안에 국소배기장치(유해물질이 사용되는 특정 부분을 환기하는 시설)를 설치하지 않았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업용 세척제에 의한 노동자 집단 독성간염 사건에 대한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며 고용노동부가 광범위한 현장 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ㄱ제조업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노동부는 27일 트리클로로메탄 등 11종의 공업용 세척제를 취급하는 사업장 2000여 곳을 지도하고, 5월부터 전국 약 300개소를 집중 감독한다고 밝혔다.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추락·끼임·부딪힘 같은 직접적 재해 못지 않게 중독의 위험요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제조업 위험성 평가의 중요한 과정으로 각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ㄱ제조업체에서는 최근 노동자 7명이 세척제에 의한 집단 독성간염 증상을 보였다. 지난 2월28일 서울직업병안심센터(한양대병원)에서 독성간염 증상 환자가 발견된 뒤 노동부가 유사 공정 노동자에 대한 임시 건강진단에 나서 추가로 6명의 독성간염 중독이 밝혀졌다.
독성간염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과 관련해,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유독 물질 중대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낮은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ㄱ업체도 두성산업처럼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호흡용 보호구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성산업 천 대표는 지난 1월 공판에서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도 유해물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밀폐시킬 수 있는 자동화 설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행이) 조금 늦어진 면이 있어서 반성한다”라고 말했다. 세척액을 납품한 유성케미컬 윤아무개 대표는 이날 공판에서 “세척제가 세척만 잘 되면 되지 그런 상세한 내용(물질안건보건자료·MSDS)을 신경쓸 필요가 뭐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직업병안심센터를 통해서 질환자가 확인된 것은 감시 체계가 작동한 것으로 긍정적이지만, 사안 자체를 보면 두성산업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기본적 관리가 안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기본을 어겼을 때 경영상 위험이 있을 정도로 단호하고 강력한 체계를 만들어 중대재해법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동부, 검찰뿐 아니라 법원의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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