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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용자 불법신고 250건, 노조 51건인데…노조 처벌만 강화?

등록 2023-03-03 07:00수정 2023-03-09 15:56

‘노조 개혁’ 치중한 고용부 자문회의
“이유없는 교섭 거부 등 형사처벌”
이정식 “이달중 노조법 개정 추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불합리한 노동 관행 법 제도 개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불합리한 노동 관행 법 제도 개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가 꾸린 ‘불합리한 노동 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자문회의)가 노동조합의 부당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노사 부조리를 신고받았는데, 신고 대부분(83%)이 사용자의 부조리를 짚었음에도 대책은 노조 처벌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자문회의가 2일 정부에 제안한 ‘불합리한 노동관행 법제도 개선 방향’(개선방향)을 보면, 개선 방향은 크게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것 △노조의 불법·부당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역 또는 벌금 등 제재 규정을 마련할 것 등 두 가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선 방향을 토대로 입법이 필요한 과제는 3월 중 노동조합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개선방향 가운데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겠다는 노조의 불법·부당행위는 노동조합이 다른 노조나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폭행·협박 등을 통한 노조 가입·탈퇴 강요’나 ‘교섭 대표 노조의 합리적인 이유 없는 교섭 거부’처럼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 갈등을 짚고 있다.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또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는 건설 노조들이 ‘월례비’를 요구하며 벌이는 태업, 공사장 출입을 막고 여는 집회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정부가 제시한 사례가 얼마나 일반적인지도 알 수 없지만 노조의 폭행·협박은 현재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며 “19세기 노동 3권이 확립되기 이전 노동자의 단체행동을 무조건 협박죄로 처벌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입법 가능성과 실효성이 낮은 탓에 노동자의 노동권 행사와 범죄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흐려 노조의 ‘부패·범죄 집단화’를 꾀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어 “노조를 망신주기 위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정식 장관은 “형법이 보호하는 법익과 노조법이 보호하는 법익이 다르고, 노동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노동법 내에서 규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짚은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는 “노조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있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언급은 없다”고 짚었다. 현재 제도는 노조가 여러 개인 사업장에서 주로 사용자 편의를 위해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려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 노조와 소수 노조, 기업별 노조와 산업별 노조 사이에 종종 갈등이 벌어진다.

이날 자문단이 개선 방향과 함께 발표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결과를 보면, 지난달 28일까지 접수된 301건 가운데 250건(83%)은 직장 내 괴롭힘,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 최대 52시간제 위반 등 대부분 사용자 쪽의 불법·부당행위였다. 주로 노조의 문제를 신고한 것으로 보이는 집단 노사관계 관련 신고 건수는 51건(17%)에 그쳤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신고 내용 대부분은 개별 근로관계에 대한 것인데도 노동부 방안은 노조 개혁에만 치중돼, 실제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용자 갑질 등 반복적인 문제에 대책을 내놓아야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이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짚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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