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의 억대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당사자는 “금품을 받은 적이 없고, 조사에 적극 임하겠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국노총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는 2일 ‘강아무개 한국노총 전 수석부위원장이 전국건설산업노조(건산노조)에서 수억원을 받았고, 이를 다른 간부 ㄱ씨에게 나눠주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강 전 수석부위원장이 건산노조에서 받은 현금이 담긴 봉투를 다른 노조 간부 ㄱ씨한테 주려는 듯한 대화의 녹취록이 인용됐다. 강 전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8일 한국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수석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날 강 전 수석부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건산노조 쪽으로부터 (한국노총에 복귀하게 해주면) ‘상당한 사례를 하겠다’ 등의 제의는 많이 있었다”며 “하지만 다 거절했고, 받은 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건산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회원 조합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난해 7월 위원장 조합비 횡령 등의 문제가 불거져 한국노총에서 제명됐다. 강 전 수석부위원장은 건산노조로부터 복귀를 도와주는 대가로 돈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해명한다. 그는 녹취록 관련해선 “장난삼아서 ‘건설이 이렇게 주면, 나눠 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내가 받은 돈을 나눠 준다고 말한 게 아니라, 가정해서 ‘이렇게 돈을 준다고 해도 받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산노조도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건설산업노조 쪽은 2일 <한겨레>에 “우리 노조는 당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서 다투고 있어 돈을 건넬 상황도 아니었고 건넨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한국노총은 보도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원칙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신임 집행부는 이날 조직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오는 8일 긴급산별대표자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국건설산업노조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뒤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강 전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일보>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해,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내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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