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주차인 ㄱ씨는 몸이 안 좋아 회사에 단축근무를 요청했다. ㄱ씨의 말을 들은 상사는 “기분이 나쁘다”고 했고, 대표는 편의를 봐주듯 ‘몸이 힘들면 그만두고 출산하고 오라’는 이야기를 했다. 회사는 곧바로 ㄱ씨 후임자 채용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ㄱ씨는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지” 직장갑질119에 문의했다.(2023년 2월 직장갑질119 제보 가운데)
통계청이 지난 22일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로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직장갑질119는 23일 직장인 3명 중 1명, 비정규직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
‘산전후 휴가(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문항에 직장인 3명 중 1명(35.9%)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정규직(54.3%), 5인 미만(59.9%), 월150만원 미만(65.3%)으로 일터에서 약자일수록 출산휴가를 못 쓴다는 응답이 높았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43.1%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여성(50.2%), 비정규직(56.0%), 5인 미만(66.7%), 월 150만원 미만(62.9%) 등 일터 약자일수록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응답률도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대한민국이 소멸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임신·육아 중인 직원에 대한 사쪽의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 따른 (해고사유) 사용자 입증 책임 엄격히 적용 △임신한 노동자 적극적인 보호 조치 △출산휴가 미사용 사업장 근로감독 등 노동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현실에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때문에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면서 사용자가 마치 근로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유를 만들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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