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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닻 올린 MZ노조…윤 정부 ‘갈라치기’ 무색하게 만든 결의문

등록 2023-02-21 18:15수정 2023-02-21 20:56

사무·기술 노조 8개 모인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
양대 노총 강조하는 “보편적 노동권 확대” 집중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엠제트(MZ)세대 노동조합을 양대노총과 구분 짓고 기존 노조가 부패했다는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21일 ‘엠제트 노조’로 불리는 8개 노조가 모인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협의회)가 출범했다. 이날 협의회는 양대노총에 대한 비판보다 “모든 형태의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 건강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대노총도 협의회 출범을 환영했다. 출범식 취재를 바탕으로 이들에 대해 궁금한 점을 정리해보았다.

어떤 노조가 왜 모였을까?

협의회에는 △엘지(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엘지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엘에스(LS)일렉트릭 사무노조 등 대기업과 공공부문 사업장 8개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규모는 6천명 정도”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처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연합(상급)단체’는 아니다. 각 노조가 경험을 공유하고 노동 시장 연구 등을 꾀하기 위한 ‘수평적인 모임’ 성격이 강하다.

송시영 부의장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쟁의방식 등을 연구하는 활동을 함께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8개 노조에겐 비슷한 고민도 있다. 우선 모든 노조가 사무·기술직 노조다. 그동안 관리자와 노동자의 중간 성격인 데다 대부분 단체협약에서 일정 직급 이상일 경우 노조 가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장 내 여러 노조 가운데 소수 노조라 회사와의 교섭권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생산직·현장직 중심의 노동 운동에서 목소리를 낼 통로가 필요했던 셈이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의 경우 지난해 사무직에만 적용되는 임금피크제, 격려금 미지급 문제 등을 두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인정을 받아 교섭단위 분리를 통해 회사와 개별 협상할 기회를 얻었다. 노조법은 근로조건 차이·고용형태 등을 고려해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하나의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창구를 단일화하는 대신 교섭단위 분리를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장 내 다수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금호타이어지회도 교섭단위 분리를 지지하는 의견을 내 사무직 노조를 도왔다. 코레일네트웍스 사무직 노조도 현장직과의 근로조건·고용형태 차이를 들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인정을 얻어냈다.

생산·현장직에 견줘 성과급 비중이 높은 사무·기술직의 특성 탓에, 주로 불투명한 성과급 기준이 노조 설립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엘지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는 ‘블라인드’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회사의 성과에 견줘 낮은 성과급에 대한 성토에 공감대를 모아 노조를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괄임금,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문제 제기를 넓히며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지향점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만들어진 노조(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코가스 노조 등)도 있다.

모여서 무엇을 요구할까?

이날 출범식 축사에 나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기존 노조의 투쟁 과잉과 불법적 행태, 깜깜이 회계에 대한 국민 비판이 상당하다”며 “협의회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법치와 원칙’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엠제트 노조와 양대노총의 차이를 부각하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판해 온 정부의 태도를 거듭한 셈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도 “조합비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일부라 그만큼 깨끗해야 한다”(송시영 부의장)며 최근 불거진 회계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출범식에서 협의회가 집중한 것은 양대노총 또한 강조하고 있는 ‘보편적 노동권’의 확대였다. 협의회 설립 결의문 1조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정신에 입각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노동 3권의 확대·실현(4조), 노동자의 경영참여(8조), 미조직 사업장과 예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올바른 노동지식 전파(9조) 등을 설립 배경으로 설명했다. 유준환 의장(엘지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엠제트 세대를 개인주의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나의 권리를 지키려면 모두의 권리를 지켜야 하기에 ILO협약이나 헌법 같은 보편적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부분 소수 노조로 교섭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협의회 소속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특수고용·하청·비정규직 노동자 등 그동안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의 요구와도 통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은 선언문에서 ‘노동 조합할 권리’를 강조했다. 유 의장은 선언문을 낭독하며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4%이며 86%는 노조가 생소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협의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86%의 인식을 바꾸고 가능성을 보여 주어 진정으로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양대노총 반응은?

양대노총 또한 협의회의 출범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조합이라는 형태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새로고침협의회가 그동안 양대노총이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는 데 기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또한 “새로고침협의회 소속 노조들이 회사에 맞서 자주성을 가지고, 블라인드 등을 통한 민주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대로 된 노조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스스로 모여서 노동자 권리와 노동조건을 향상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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