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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40년 전과 상황 다른데…윤석열 노동정책, 대처 정부와 비슷”

등록 2023-02-16 20:12수정 2023-02-17 02:15

한겨레-산업노동학회 공동 토론회
1986년 5월 포항공대에 방문한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 위키미디어 공용
1986년 5월 포항공대에 방문한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 위키미디어 공용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1980년대 영국의 대처리즘을 표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기침체 장기화, 중산층 붕괴 및 양극화 등으로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는 지금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40년 전과 전혀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한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세계 경제 상황에 비추어 윤 정부 정책은 적절하지 못하다.”

16일 한국산업노동학회와 <한겨레>가 공동 주최한 ‘노동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현재까지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기업 비용을 고려한) 저임금 노동자 확산 전략, 복지 수급 자격 제한, 노조에 대한 부정적 통제 등을 추진한 영국의 대처 정부(1979~1990년)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교수가 보기에 두 정부를 둘러싼 사회경제, 정치적 상황엔 차이가 많다. 그는 “당시 영국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빈곤과 양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을 북해 유전을 통한 수익 등으로 가려둘 수 있었으나, (감세를 추진하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대처 정부는 고용 서비스나 교육 훈련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반면, 윤석열 정부는 실효성 있는 교육 훈련이나 고용 서비스 제공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노동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노동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표방하며 내놓은 정책을 비판적으로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연장근로 개편을 통한 노동시간의 유연화 △성과와 직무를 강조하는 임금 체계 개편 방향 △‘법치’를 앞세운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 등을 두고, 세계 각국의 경험, 이전 정부와 비교를 통해 그 성격을 밝히고자 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동개혁을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에 대한 거래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 유연성과 경직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으로 정의한 뒤, 현 정부의 노동개혁이 “기업과 경영계의 숙원 과제들을 편향적으로 대변하며 유연성에 치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 방식을 놓고 “구조적인 해결보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불법을 강조한 뒤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노동개혁 방향 중 하나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자율적인 노사 교섭의 틀거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특히 기업별로 분리된 노사 협상으로 심화된 양극화를, 초기업·산업별 단체교섭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동자인가 하는 문제는 이미 법원 판단 등으로 끝난 논쟁이다. 그들은 분명 노동자”라며 “초기업·산별 교섭 등을 통해 이들이 속한 산업 단위로 어떻게 노동조건을 만들어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노동법)는 기업별 교섭을 넘어선 다양한 교섭이 가능하려면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가 지닌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한 사업장에 노조가 여러개인 경우 통일된 대표 노조만이 사용자와 교섭이 가능한데, 이 제도는 기업별 교섭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산별 교섭을 어렵게 한다. 박귀천 교수는 “교섭 창구 단일화로 인해 다수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과 어떻게 교섭을 할지도 문제”라며 “입법적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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