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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대표가 “단둘이 회식하자”…원치 않는 구애는 범죄입니다

등록 2023-02-12 12:12수정 2023-02-13 02:44

직장인 10명 중 1명이 경험
여성·비정규직 피해 더 많아
거절하면 불이익 등 괴롭힘
지난해 9월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해 9월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ㄱ씨는 주말에 연락하고 단둘이 회식하기를 요구하는 대표에게 “다른 직원과 같이 보자”고 돌려 말했다. 대표는 “나랑 따로 보면 큰일 나냐?”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이후 ㄱ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대표는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업무 태도 불량이라며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업무상 불이익을 예고했다. (2023년 2월 직장갑질119 젠더 폭력 제보 가운데)

직장갑질119는 12일 <발렌타인데이 ‘구애 갑질’ 주의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1명이 ㄱ씨처럼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14일부터 21일까지 이뤄졌다.

설문 조사에서 “원치 않는 구애 경험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응답이 11%였는데, 여성(14.9%)과 비상용직(비정규직, 16%) 가운데 이런 피해를 경험한 이들이 더 많았다. 비정규직 여성 직장인 가운데 16%가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대응 매뉴얼’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지나친 구애 행위가 법(남녀고용평등법·양성평등기본법 등) 위반에 따른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짚고 있다.

ㄱ씨의 사례는 상사와의 위계 관계 속에서 ‘구애→거절→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직장 내 갑질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피해자가 직장 생활과 동료 관계를 걱정해 단호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애가 이뤄지고, 참다못해 거절 의사를 표시하면 업무나 인사상 불이익 같은 괴롭힘이 이어졌다.

직장갑질119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로 접수된 사례를 보면, 한 신입 사원은 같은 부서 상사의 구애에 대꾸하지 않았더니, “네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가족 회사에서 일하다가 대표의 아들인 사무장의 구애를 거절했다가 권고사직을 통보 당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직후 직장갑질119가 만든 ‘직장 젠더 폭력 신고센터’로 접수된 제보 사례 32건 가운데 ‘강압적 구애’는 8건(25%)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원치 않는 구애가 낭만적인 것이 아닌 ‘구애 갑질’이라는 사회적 평가와 직장인 여성이 안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 ‘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79.8%였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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