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 1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노조들이 사무실에 각종 장부와 서류를 비치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기본적인 서류 제출 요구는 따르되, 구체적인 정보 제출엔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2월15일까지 관할 행정관청에 제출하라는 공문을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334곳에 보냈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날 보낸 공문을 보면, 노조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조합원 명부, 규약, 노조 임원의 이름과 주소, 총회와 대의원회 등의 회의록을 비롯해 회계 관련해선 예산서와 결산서, 수입 및 지출 결의서, 각종 증빙서류 등이다.
다만 이들 서류 전체를 노동청에 내라는 요구는 아니다. 서류를 노동조합 사무실에 비치하거나 누리집에 공개한 사실을 확인하는 게 목적이니 각 서류 표지와 내지 1장을 사진으로 찍거나 화면 이미지를 보내라는 게 노동부의 요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노조가 이들 서류를 조합원이 볼 수 있도록 비치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14조)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27조)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노조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된 자료가 미진한 경우 “노조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 엄정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류 표지 제출 등 기본적인 요구엔 협조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내지 제출 요청엔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 안에 자칫 제3자가 봐선 안 되는 노조 내부 관련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내지 제출은 노조법에도 없는 내용으로, 노동부의 과도한 요구이자 월권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6일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내지 제출엔 응하지 않는 내용으로 지침을 확정해 가맹 노조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태료 부과 과정에서 노동부가 문제라고 판단하는 노조의 사무실에 현장 점검을 나갈지도 관심사다. 이 경우엔 자칫 노조 쪽과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엔 자료 비치 관련 근로감독관이 노조 사무실을 수색할 권한이 없다. 다만 과태료 부과 절차를 규정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는 해당 근거가 있다. 질서위반 행위의 조사 관련 내용을 담은 이 법 22조는 “행정청은 질서위반행위가 발생하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어 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당사자의 사무소 또는 영업소에 출입하여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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