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12일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는 사업장 실정에 맞도록 노사자율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보다 힘이 적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제가 제대로 운영돼야 노사자율도 가능하지만, 연구회는 우선 순위인 근로자대표제 개선 논의는 후속과제로 미룬 채,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분대표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연구회는 이날 근로시간제나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 특정 직무·직종·직군의 동의만 받아도 사용자가 개편할 수 있는 부분대표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을 보면, 사용자나 노동자가 통상의 근무시간·근무일 등을 선택·조정하는 유연근로제(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적 근로시간제 포함) 등 근로시간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 임금체계(취업규칙)를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근로자대표가 아니라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 근로자대표 선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기준은 사업장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연구회는 특정 직무·직종·직군의 동의만 받아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경영계가 요구해왔고, 지난 5월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 부분대표제는 반대여론이 높다. 근로자대표제나 노동자 과반수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보다 힘이 적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거쳐 대등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분대표제를 허용하면 사용자가 부서별로 잘개 쪼개서 동의를 받는 것도 가능해져 근로자대표제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분대표제 도입은 그나마 있는 노조와 근로자대표의 합의권 마저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부분대표제 논의에 앞서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지 않은 근로자대표 선출 방법이나 권한 보장에 관련한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2020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대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회는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를 위한 선출절차를 마련하고 이와 연계해 취업규칙 제도 개편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안은 후속과제로 미뤄놨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