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인천공항 직원들이 인천 중구 영종도 인천공항에서 카트를 정리와 청소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직도 주6일 근무를 하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인천공항 자회사에서 7년째 환경미화원 야간조(밤10시∼익일 아침 7시)로 일하는 김순정(57)씨는 주 6일 인천공항으로 출근한다. 1년 312일 출근해도 한달 손에 쥐는 돈은 230만원(초임기준·시급 9162원) 남짓이다. 허리를 굽히고, 쪼그려 앉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대다수 동료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한다. 야간조 동료는 심혈관 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다. 김씨는 “적정 근무 인원이 1100명인데 150~200명 정도의 결원이 계속되니 업무 강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주 6일 근무에 임금도 적으니, 채용 공고를 내도 인원이 절반밖에 충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와 동료들은 매일 1만7000보씩 걸으며 공항을 청소하고 있다.
건강보험고객센터 민간위탁업체에서 근무하는 8년차 상담사 안경애(53)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담사는 쉼 없이 전화를 받지만, 처리되는 민원 전화는 74%에 불과하다. 안씨는 “인원을 늘려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업체들은 최저임금으로 기본급을 주고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직원들을 쥐어짜고 있다”며 “(직원들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인력 부족에도 공단은 다시 인력 감축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다. 지난 9월 공단이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한 연구용역 컨설팅 중간보고서에는 최대 477명의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천공항 보안노동자, 인천공항 청소노동자, 국민건강보험 전화상담노동자, 철도고객센터 전화상담노동자, 코레일네트웍스 자회사 역무원 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현장인력부족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파괴사례 등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1일 노동건강연대 등 건강권 단체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용역업체와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된 자회사들의 인력부족 문제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 현장 사례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청소·콜센터·보안·경비 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증언했다.
인천공항 자회사에서 경비·보안 업무를 6년째 하고 있는 이동혁(41)씨는 “야간근무로 아침 9시에 퇴근해 곧장 저녁 6시에 출근하려면 하루 2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잔다”며 “자회사 전환 뒤 처우가 개선된 것은 하나도 없다. 4조2교대 개편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주6일 근무와 관련해) 노조 요구에 따라 11월 현재 공사와 자회사 간의 계약 변경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이 뇌심혈관질환 위험 등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과로사와 같은 뇌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뿐 아니라,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야간 노동은 각종 질환 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높인다”며 “불필요한 장시간·야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선 인력 확충이 필수”라고 말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인력감축이 ‘방만 경영의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을 강화하라는것은 노동자에게 ‘히어로’가 되거나 ‘희생양’이 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 감축 등에 반대해 공동파업을 시작한다. 건강보험고객센터는 23일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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