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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3회 미누상 수상자 ‘이레샤’…“다문화 인식 바꿔낸 여성리더”

등록 2022-11-14 16:59수정 2022-11-14 19:17

이주여성 연대 플랫폼 ‘톡투미 협동조합’ 꾸려
미누상 제3회 수상자로 결정된 이레샤 페레라 대표.
미누상 제3회 수상자로 결정된 이레샤 페레라 대표.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톡투미’ 사무실엔 음식 재료와 아이스박스 상자가 적잖이 쌓여 있다. ‘톡투미 다밥 협동조합’이 주문자들한테 보내는 ‘밀키트’ 구성품들이다. 이곳에선 아시아 12개 나라의 50가지 요리 재료를 구할 수 있다. 렌틸콩으로 만드는 스리랑카의 커리 요리 빠리뿌, 베트남식 바게트 반미, 타이 볶음면 팟타이 등이다. 인공감미료는 쓰지 않는다. 대신 각 나라의 다양한 향신료가 풍미를 돋운다. 이 협동조합의 이레샤 페레라(47) 대표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맛은 어느 곳에서도 따라올 수 없다”고 자랑했다. 다밥은 ‘다 같이 밥 먹자’의 줄임말이다.

이레샤는 최근 경사를 맞았다. 한국사회에 기여한 이주민들한테 주는 미누상 제3회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미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을 준 배경으로 “이레샤가 다양한 문화적 재능을 발굴해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다양한 문화의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낸 선도적인 이주여성 리더”라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톡투미 사무실에서 만난 이레샤는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의 이주 노동자로 한국에서 이주노동 운동에 헌신한 미누(2018년 사망)를 기리는 ‘미누상'의 1회 수상자는 이주민 문화활동을 이끈 방글라데시계 섹알마문, 2회 수상자는 미얀마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개선에 힘쓴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다. 이레샤는 첫 여성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레샤는 결혼이나 노동을 위해 한국사회에 정착한 이주여성들한테 일방적인 한국문화에 동화할 것을 요구하고 시혜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거부한다. 2000년 여성복 회사의 디자이너로 한국과 연을 맺은 이레샤는 2년 뒤 한국 남성을 만나 결혼하며 본격적인 한국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 활발한 성격과 붙임성으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한국방송(KBS)의 이주민 프로그램 <러브인아시아>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곳에서 다양한 이주민 여성들을 만나며 다문화라는 이름의 그늘에 가려진 그들의 현실에 눈을 떴다. “저도 피부색이 좀 어둡잖아요. 제 자신이 차별도 느꼈고, 이걸 가만히 두면 문제가 계속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가 방송에서 만난 이주여성들과 함께 2010년 서로 돕는 자조모임 ‘톡투미’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톡투미는 ‘이주여성 연대의 플랫폼’이 됐다. 서로 모여 정보를 나누는 소통의 창구이자 힘든 일을 서로 돕는 기댈 언덕이다. 현재는 이주 여성 100여명과 자원봉사자 6000여명이 활동하는 단체가 됐다.

2011년부터는 재활용 헝겊으로 인형을 만드는 ‘모니카랑 놀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학교와 복지관, 경로당 등을 찾아 함께 인형을 만들며 세상엔 다양한 색상의 피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함께 느끼고 즐긴다. 2020년엔 유네스코(UNESCO)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공식 프로젝트로 인증돼 더욱 다양한 단체들을 파고드는 데 도움이 됐다.

참여자들한테 자원봉사 인증서도 발급해준다. 한국 이주민 대다수를 구성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이주민 2세들, 토종 한국인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다문화에 눈을 뜨는 ‘이모나라 나눔여행’도 톡투미의 주요 사업이다. 이레샤는 “나눔여행 사업을 통해 2세 아이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생길 때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단체 이름이 왜 ‘톡투미’냐는 질문에 이레샤는 “대화를 해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날 발송할 밀키트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시상식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톡투미 사무실에서 열린다.

글·사진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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