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고용노동부가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 대해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화학물질을 다루는 가전제품 부품 제조업체 두성산업·대응알앤티의 노동자 29명이 유해물질에 노출돼 집단 간중독에 걸리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화학물질 제조·수입 사업장 214곳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련 이행실태 자율점검 및 감독 결과, 감독 대상의 121곳에서 241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121곳은 점검 사업장의 56.5%로, 절반 이상이 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번 감독은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와 노동자 안전보건조치 의무이행 여부 점검하기 위해 시행됐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화학제품의 유해·위험성, 취급주의 사항 등을 적은 일종의 화학제품 취급설명서로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산업용 화학제품 제조·수입사업자는 제품을 양도·판매할 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반드시 제공하도록 하고,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 1월부터는 노동자들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노동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예시. 안전보건공단 자료 갈무리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감독 결과를 보면,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장은 35곳으로 28.9%에 달했다. 화학물질을 양도·판매하면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업체(7.4%)는 물론 잘못 작성한 업체(5.8%)도 있었다. 지난 2월 두성산업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간중독 사고는 화학물질을 판매한 유성케미칼이 유해물질의 성분과 함량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데다 회사가 국소배기장치 성능을 제대로 유지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노동자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곳은 26곳(21.5%), 자료를 게시하지 않은 곳은 21곳(17.4%)이었다. 노동자들에게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거나, 국소배기장치의 성능을 유지하지 않은 사업장도 23곳이나 적발됐다. 노동부는 적발된 업체 가운데 6곳을 사법처리하고, 120곳에 모두 2억4969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최태호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물질안전보건자료 게시 및 교육과 경고표지 부착은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업주의 의무”라며 “화학물질 제조·수입 사업장에서는 신뢰도 높은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유통될 수 있도록 성실히 작성·제출하고, 취급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에게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을 작업 전에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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