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김형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국회 앞에서 연 단식농성 19일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지난달 18일 파업투쟁 합의 이행 및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51일간의 파업이 끝나고도 소속 하청업체 폐업으로 조선소로 돌아가지 못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42명이 오는 10월 말까지 복직할 길이 열렸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0일 만이다.
7일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협의회와 교섭한 끝에 조합원 42명에 대한 고용승계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폐업한 사내 하청업체 ‘진형’ 소속 31명과 ‘혜성’ 소속 11명 등 조합원 42명을 10월 말까지 또 다른 하청업체 ‘성루’와 ‘현진’이 순차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지난 7월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는 파업을 마무리하며 폐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최우선 고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쪽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청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는 하청 노사 간 교섭 과정에서 민형사상 면책과 더불어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조선소에서는 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같은 직종의 다른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는 경우가 흔한 까닭에, 조선하청지회는 파업 전후 폐업한 업체 4곳 조합원 47명을 다른 업체가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47명 가운데 5명은 다른 업체에 채용됐지만, 진형과 혜성 소속 노동자 42명의 고용은 파업이 끝난 지 한달이 넘도록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김형수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지난달 18일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하청 노사는 고용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마주앉았고 20일에 걸친 협상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선업을 떠받치고 있는 사내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채산성이 낮아 폐업이 잦은 편이다.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해마다 10개 안팎의 사내 하청업체가 문을 닫고, 또 그만큼 새로 설립된다. 조선하청지회는 2020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명천’ 노동자 20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했고, 지난해에도 ‘진우기업’을 비롯한 하청업체의 잇단 폐업에 따라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안준호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올해만 해도 여러 하청업체가 폐업해 노조가 고용승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만으로는 하청업체의 잦은 폐업과 그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조선업 하청업체들이 소규모 인력공급업체나 다름없이 운용되다 보니 쉽게 폐업하거나 구조조정하고 그로 인한 고용불안 등의 피해는 노동자들이 보게 된다”며 “하청업체를 대형화하는 등 최소한의 관리 방안을 정부와 원청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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