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고용보장 촉구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파업 기간을 포함해 석 달 가량 일을 못 해 실업급여와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파업을 철회할 때) 고용승계를 해주기로 했는데, 답답합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조합원으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간 파업에 참여했던 도장공 ㄱ(46) 씨는 지난달 22일 하청업체 대표들과의 협상 타결로 파업이 끝났음에도, 한 달 가까이 조선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파업 중이던 지난 6월 말 그를 비롯해 조합원 31명이 속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진형’이 폐업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청업체 ‘혜성’도 지난 11일 문을 닫아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1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는 폐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최우선 고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18일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이 끝나고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고용보장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2개 업체 조합원 42명이 길거리에 내쫓겨 있다”며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강인석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19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단식농성을 하기로 했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가운데)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51일간의 파업이 마무리 됐음에도 폐업업체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회피하고 있다며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국회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18일 오후 이곳을 찾은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하청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간 교섭 과정에서 민·형사상 면책과 더불어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조선소에서는 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같은 직종의 다른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조선하청지회는 파업 전후 폐업한 업체 4곳 조합원 47명을 다른 업체가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청업체들의 반대로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간 최종 합의에는 “고용승계를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만이 적혔다. 이후 폐업업체 2곳에 속했던 조합원 5명은 다른 업체에 채용됐지만, 진형과 혜성 노동자 42명은 고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정부가 ‘구인난 해소방안’을 발표할 정도로 조선업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승계 지연은 이례적이다. 조선하청지회는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문제를 ‘노조 조합원 채용 거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김춘책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하청업체들이 노조를 탈퇴한 사람은 고용하면서도, 조합원들만 이런저런 핑계를 고용승계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진성현 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도 “인력이 부족해 돌관팀(작업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다단계 하청으로 일시 고용하는 인력)을 모집해 사용하는 하청업체도 있는데,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는 조합원들은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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