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3일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기사들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안전운임제’ 유지를 요구하며 내달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최저임금 및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받아야 할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제도 적용 차종 확대를 요구하는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시점은 내달 7일 자정부터다. 이봉주 화물연대위원장은 “14년 만에 경유 가격이 휘발윳값을 역전하고 요소수 가격은 2배 넘게 올라 화물노동자들이 빚더미에 올랐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유일한 제도인 안전운임제를 확대하자는 요구는 수개월째 국회에 꽁꽁 묶여 있다”며 “화물연대 총파업은 화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쟁취하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상설 제도로 만들고, 적용 대상을 컨테이너와 시멘트뿐 아니라 모든 화물 차종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화물기사들은 안전운임제 도입 전까지 화주나 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책정한 운임을 받았는데, 기름값 등 부대 비용을 제하고 나면 운임이 지나치게 낮은 문제가 있었다. 수입 보전을 위해선 과로·과적·과속 운행을 무릅써야 했고, 교통사고도 빈발했다. 지난 2018년 국회에선 안전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한 화주·운송사업자 등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 개정 과정에서 운송사업자 반발이 크자 제도를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2020~2022년)하고, 적용 가능한 차종과 품목도 ‘특수자동차(견인 목적의 트랙터)로 인정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으로 한정했다. 당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안전운임제 종료 1년 전 시행 결과를 분석해 제도 연장 여부를 논의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도입 효과 연구용역 보고서를 마련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 효과에 대한 보고 날짜를 국회와 협의했으나 대선이 껴 있어 일정이 계속 밀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지난 2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논의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화물연대본부는 파업을 예고한 내달 초까지 국토교통부엔 일몰제 폐지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국회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가 담긴 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가 이러한 요구를 일정 정도 받아들일 경우 총파업으로 치닫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주나 운송사업자, 화물기사 등 관련 이해관계자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약 2만5000명으로 전체 42만명 화물기사의 6%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존치 요구가 비조합원 기사들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인 만큼, 비조합원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노조는 전망했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와 국회가 일몰제 폐지 등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국토부가 사쪽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에만 열중하고 있어 총파업 전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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