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성평등에 힘써오신 앤 이달고 시장님께. ‘파리바게뜨’가 아름다운 ‘파리’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21일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김태운(40)씨는 앤 이달고 파리시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에스피씨(SPC) 계열사 파리바게뜨(법인명 피비파트너즈)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파리시장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김씨는 프랑스인 친구에게 부탁해 프랑스어로 작성한 편지에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운영하다 2017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받았다는 사실, 과태료를 면하기 위해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하고 제빵기사를 고용했으나 문제를 제기했던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를 차별하고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담았다.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장이기도 한 김씨는 같은 노조 소속인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에게 지지·연대의 뜻을 보내고자 이런 편지를 썼다고 설명했다. 임 지회장은 지난달 28일부터 파리바게뜨의 부당노동행위 사과와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 사옥 앞에서 단식 중이다. 김씨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나고 자란 도시인 ‘서울’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 있는 ‘서울빵집’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면 서울시민으로서 굉장이 화가 날 것 같았다”며 “파리시민에게도 파리바게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물건이든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에스피씨가 그동안의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좋은 기업, 아이들도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드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태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아름다운가게지회장이 파리시장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김 지회장 제공
김 지회장 뿐만 아니라, 화섬식품노조에 속한 다양한 산업·직종노동자들이 28일째에 접어드는 임 지회장의 단식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전통 화학·섬유·식품 제조업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산업, 제약업, 사회적기업, 봉제인, 타투이스트 등 다양한 업종·직종·사업장의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수도권 사업장 지회 간부들이 돌아가며 임 지회장이 단식 중인 농성천막을 지키고, 주중 저녁에 열리는 촛불시위에도 많은 조합원들이 찾아오고 있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문제는 대기업 간접고용 청년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제빵기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모습이 다른 업종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고, 많은 이들이 파리바게뜨지회 연대를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는 ‘에스피씨 파리바게뜨 노조탄압 문제해결 촉구시민선언’ 캠페인을 벌였는데, 8일 만에 시민선언 참여자가 4313명에 이르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파리바게뜨 뿐만이 아니라 최근 포켓몬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에스피씨 제품에 대한 불매 여론도 생기는 중이다.
하지만 임 지회장의 한달 가까운 단식에도 회사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회사 쪽은 지난 9일 농성장을 찾아와 물·소금만 먹고 있는 임 지회장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국회의원들도 (단식투쟁을) 다 먹으면서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지난 18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는 “불매운동은 하지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그동안 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수사 등을 통해 인정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를 우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가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 사옥 앞에서 ‘노조탄압 문제해결 촉구’ 시민선언 결과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제공.
임 지회장은 “회사가 불매운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노조는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다만 연대와 후원을 하고 있는 노동자·시민들이 모두 에스피씨의 소비자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투쟁하고 있는 노조가 많이 있는데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고, 끝까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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